“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 하고 찧을 거 같은데” 장기하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노래 의 한 구절. 가사만 읽어도 그 특유의 억양과 호흡, 말투가 자연스레 이 구절을 따라 흥얼거리게 만든다. 랩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그렇다고 타령이라 하기에도 뭔가 이상했지만 장기하는 그 사이에서 영민하게 자신이 나고 자라며 배운 언어를 리듬 안에 녹여냈다.
세 번째 앨범 을 내고 가진 그와의 자리에서 나는 “밴드 사운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장기하 특유의 입말이 가진 매력이 뒤로 묻힌 것 같다”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안다. 1집과 2집에선 한국말 억양과 발음이 도드라지게 만든 노래가 많았는데, 이번 앨범에선 사운드의 단순한 리듬이 반복되는 걸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들릴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자신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3집의 전체적인 방향을 위해 일정 부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사진)이 등장하고 그(들)에게는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란 홍보 문구가 자연스레 붙어다녔다. 산울림과 송골매, 송창식이라는 그늘이 장얼의 뒤에 드리워져 있었고, 장얼 역시 이를 감추지 않고 자랑스레 드러냈다. 하지만 장얼 멤버들의 관심사에는 ‘한국 대중음악’만 있었던 게 아니다. 3집부터 정식 멤버로 활동하기 시작한 하세가와 요헤이(양평이형)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음악 애호가이고, 장기하는 산울림과 송골매만큼 록시 뮤직과 토킹 헤즈, 루 리드에게 많은 애정을 보여왔다. 테임 임팔라 같은 최신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멀리 돌아왔다. 장얼의 네 번째 앨범 에는 앞 세 문단의 흐름이 모두 담겨 있다. 장기하만이 들려줄 수 있는 ‘말맛’의 극대화가 있고, 동시에 영미권 음악의 영향력이 전해지는 사운드도 있다. 3집이 (오아시스에 영향받았다는) 사운드에 집중해 언어의 매력이 덜해졌다면 이번 앨범은 말과 사운드가 훌륭하게 조응한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한국어 가사가 줄 수 있는 매력의 가장 높은 경지에 올라서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의 오랜 우상인 산울림의 노랫말처럼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는 수준이다.
쿨쿨, 쿵쿵, 컴컴, 콕콕콕콕, 쿵쿵, 콜콜, 큰, 콱, 퀭, 쾅…. 세상의 모든 키읔을 모아 노랫말을 쓴 듯한 에는 단순히 재치 있는 아이디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하듯 노래하는, 실제 그럴 수 있게 된 장기하의 노력과 고민이 있고 노래와 한 몸으로 호흡하는 ‘얼굴들’의 사운드가 있다. 장기하 개인과 밴드 얼굴들로 들려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이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깊게 담겨 있다. 앨범 속 노래들은 모두 사랑을 이야기한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노래라 할 순 없지만 듣는 재미가 가장 좋은 사랑노래라고는 할 수 있다. 모국어 사용에 노련한 사람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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