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4전5기에 도전하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 쏠렸다. 에서의 열연은 충분히 상 받을 만했다.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디캐프리오와 함께 각축을 벌인 후보 중 한 명은 의 브라이언 크랜스턴(사진)이었다. 는 냉전 시대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았던 천재작가 돌턴 트럼보의 삶을 담았다. 트럼보는 미국 공산당에 가입한 좌파 작가로, 스태프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돈이 가장 많은 각본가인 동시에 공산주의자였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밥줄이 끊기자 무려 11개의 가명을 돌려 쓰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 유명한 도 트럼보가 가명으로 쓴 작품이다.
트럼보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천했다. 아무리 국회라도 국민의 투표와 종교, 사상과 발언, 그리고 영화 제작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할리우드의 블랙리스트가 사라질 때까지 저항했다.
제이 로치 감독은 트럼보의 감정과 분노에 집중하기보다는 냉전을 이유로 타인의 사상을 검증하려는 ‘비정상’의 시대를 극복한 그의 이성과 인내에 초점을 맞췄다. 광기의 시대 속에서 울분과 증오가 아니라 용서와 화해로 적들을 품어낸 한 인간의 아름다운 초상이 가슴 저릿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를 보며 “외롭지 않은 자가 온화하기란 쉽다. 그러나 속절없는 고립 속에서 괴팍해지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라고 토로했던 의 서준식이 떠올랐다. 트럼보는 주류 영화인들의 철저한 따돌림과 멸시 속에서도 괴팍해지지 않았고, 인간적인 기품을 잃지 않았다.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오스카를 받았다면(미안해요, 디캐프리오), 남우조연상을 받은 의 마크 라일런스와 함께 신념을 사수하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가 동시 수상하는 진풍경이 연출됐을 것이다. 소련의 스파이 루돌프 아벨 역을 맡아 시종 조용하면서도 결연한 의지를 잃지 않았던 그의 호연은 자국민의 비난 속에서도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한 제임스 도노번 역의 톰 행크스의 연기와 어우러져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극중에서 제임스 도노번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에게 헌법에 따라 어떠한 사람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루돌프 아벨은 어린 시절 목격담을 제임스 도노번에게 들려준다. 아버지의 친구는 군인들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끝까지 다시 일어나 결국 상대를 항복시켰다. 옛이야기를 회상하며, 그는 도노번을 ‘스탠딩 맨’(Standing Man)으로 부른다.
돌턴 트럼보, 루돌프 아벨, 제임스 도노번은 모두 신념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은 스탠딩 맨이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스탠딩 맨이 묵묵히 제 앞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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