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m’ 이라는 월간지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음악잡지 가운데 요즘 말로 하면 가장 ‘힙’한 잡지였다. 기존 음악지들이 록 중심의 음악을 다뤘다면 ‘mdm’은 힙합, 일렉트로닉, 펑크(funk) 등 더 넓고 다양한 음악을 소개했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음악 필자가 아닌 젊고 새로운 얼굴들이 필요했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김반장(윈디시티) 등 음악가들이 직접 글을 썼고, 새로운 필자들이 새로운 형식의 글을 썼다. ‘살려야 한다’는 금언을 지켜내지 못하고 잡지는 금세 폐간했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mdm’ 의 또 다른 미덕은 상당수 필자들이 지금까지도 음악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박국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mdm’에서 ‘우에에에’란 의미를 알 수 없는 필명을 썼던 하박국은 여전히 쉽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음악계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식적인 그의 직함은 레이블 영기획(YOUNG, GIFTED&WACK)의 대표이지만, 다양한 기획에 참여하고 여러 매체에 글을 쓰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음악계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영기획은 전자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레이블이다. 다양한 일렉트로닉 음반을 발매하고,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전자음악 페어인 암페어(Amfair)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열고 있다. 아무리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유행하고, ‘세계 디스크자키 축제’나 ‘극도의 음악 축제’ 같은 대형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이 수만 명의 관객을 모은다 해도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 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영기획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박국의 표현을 빌리자면 “혼자 시간을 쪼개 레이블 일을 하고 본인의 생활과 레이블 운영을 위해 얕은 재주를 부려 글을 쓰고 기획을 하고 잡다한 일을” 하며 영기획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영기획이 얼마 전 3주년을 맞았다. 또 한 번 하박국의 표현을 빌려 “서울에서 창업하는 자영업자의 절반이 3년 내에 폐업한다는 상황에서 부자연스럽게도 영기획이 3주년을” 맞은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작은 전자음악 시장에서도 오해와 시기라는 것이 생기고 그 때문에 상처도 받고, 그만두고자 하는 순간도 있었다 한다. 그 어려운 과정 속에서 20여 종의 음반을 내고 10여 팀의 음악가와 함께하고 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전자음악을 그리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클럽과 춤이란 것을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클럽에서 춤추기 위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그리 선호하지 않고, 특정 감상용(방구석) 전자음악만을 즐겨 듣는 편이다. 영기획은 그런 나에게 꼭 맞는 레이블이었다. 퍼스트에이드나 사람12사람의 음악이 그랬고,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올해 내가 가장 즐겨 들은 음악이기도 하다. 단순히 개인 취향만은 아니다. 영기획의 음반은 이제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도 오르고 한국의 전자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요약하자면 영기획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의미 있고 중요한 레이블이 되었다.
얼마 전 3주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있었다. 모금을 통해 공연을 기획하고 기념음반을 만들었다. 행사를 미리 알리는 것도 아니고, 다 끝난 뒤 쓰는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이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영역을 더 넓히고 있는 레이블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다. 3주년 기념 음반에 수록된 음악가들의 이름을 훑어본다. 로보토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커널스트립, 사람12사람, 시마 킴….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한국 전자음악의 숲을 더 풍성하게 하는 이름들이다. 누군가 조국의 전자음악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영기획을 보게 하라. 이것은 몹쓸 패러디지만 영기획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김학선 음악평론가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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