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으다, 조으다. 마 ‘돈나’ 조으다. 케이블채널 tvN의 (이하 )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의 밀도와 무대의 완성도는 그야말로 ‘간디 작살’이다. 나 과 같은 형식에 코너들 간의 경쟁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 라운드의 최하위 팀은 아예 다음 라운드에 서지 못한다. 재방송에서도 배제된다. 적당한 긴장감은 웃음에 죽고 웃음에 사는 개그맨들의 자존심을 묘하게 건드린다. “이런 피~씨방” “면~접같은 경우를 봤나”라는 식의 아슬아슬한 막말 개그도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이다. 시즌 초반에는 김꽃두레 열풍에 힘입은 ‘아메리카노’와 ‘옹달샘’이, 중반 이후부터는 ‘라이또’와 ‘아3인’이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10라운드까지 진행된 는 10주 연속 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2월25일 방송된 10라운드 최고 시청률은 6.046%(AGB닐슨)였다. 해당 방송분의 평균 시청자는 117만 명, 1분 이상 시청한 총 시청자 수는 408만 명을 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케이블채널의 재방송 시청률은 과 ‘1박2일’이 양분하고 있었다. 최근엔 수도꼭지가 바뀌었다. 틀면 이고, ‘라이또’다.
현실에서 빵 터진 게임 스킬
2월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의 첫 챔피언스리그 녹화 현장을 찾았다. 정규리그 상위 10개 팀이 1억원의 상금을 놓고 5주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미 수백 명의 관객이 줄을 선 채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 좋게 방청권에 당첨된 팬들이다. 본격적으로 녹화가 시작되기 전 ‘따지남’의 조우용이 경품을 걸고 관객의 댄스 배틀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바로 그 순간, 무대 뒤에선 ‘아3인’의 이상준과 예재형이 번갈아가며 청중을 ‘스캔’하고 있다. 이날 녹화에서 무대에 올릴 ‘핵폭탄’과 ‘송이병’을 찾는 중이란다(결국 이날의 핵폭탄은 댄스 배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18살 고등학생이 맡았다). 미리 관객을 섭외하고 합을 맞추면 생생한 웃음을 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첫 무대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라이또’가 장식했다. ‘버린 자식’ 양세형이 “자리주삼~”을 외치며 무대에 등장한 순간, 관객들은 자지러진다. “게임이 곧 현실이고, 현실이 게임이다”라고 외치며 게임 캐릭터의 스킬을 현실에서 구사하는 ‘라이또’의 아이디어는 ‘찐찌버거’ 박규선의 작품이다. 실제로 게임 폐인의 생활을 했었다는 ‘버린 자식’ 양세형과 ‘예삐공주’ 이용진은 “규선이가 차를 만들었다면, 우리 둘은 도색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양세형은 ‘화상고’, 이용진은 ‘웅이 아버지’, 박규선은 ‘1학년3반’ 등 의 인기 코너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프로그램이 폐지된 뒤 몇 년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라이또’는 폐지 이후 직업 선택의 고민까지 거듭하던 세 사람을 다시 최고의 코미디언 반열에 올려세웠다.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찬사로 통하는 ‘또라이’에서 팀명 ‘라이또’가 탄생했다. “한 달 정도 일이 아예 없을 때 라는 게임에 잠깐 몰두했어요. 금방 싫증이 나서 게임을 그만둔 다음날 대학로에서 코너 회의를 하다가 현란한 기술을 실제 세계에서 쓰면 정말 웃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박규선) 이용진은 “우리는 오래 게임에 미쳐 있으면서 레벨 올릴 생각만 했는데 게임을 개그에 녹여넣을 생각을 한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의 엄마 마지 심슨의 분장으로 무대에 나타나 객석을 초토화했다.
‘아메리카노’의 안영미·김미려·정주리, ‘옹달샘’의 유세윤·장동민·유상무가 차례로 무대에 섰다. 옹달샘은 애초의 ‘기막힌 서커스’ 콘셉트를 버리고 유세윤과 장동민이 서툰 한국어의 외국인 역할을 맡은 ‘옹데어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밥 먹어도 데어(돼요)?” “집에 가도 데어?”의 장동민과 “예썰!” “잤썰!” “알았썰!”을 외치는 유세윤의 연기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의 웃음도 빵빵 터진다. 스티브 잡스 분장을 하고 나타난 ‘개통령’의 김인석은 동료의 아이폰을 고쳐준 뒤, 다른 출연진이 건넨 휴대전화는 냅다 집어던진다. “이건 갤럭시잖아!” 음반제작자 양현석을 패러디한 ‘개파르타’의 무대에는 힙합계의 월드스타 윌아이엠이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탄성을 자아냈다.
송이병 어디 있나, 핵폭탄 터지라우~하지만 ‘라이또’의 독주를 견제할 가능성이 있는 팀은 뭐니뭐니 해도 이상준과 예재형의 ‘아3인’이다. 이날 청중 투표에서도 1위는 ‘라이또’, 2위는 ‘아3인’이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가는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무턱대고 객석으로 내려와 “송실장 어디 있나. 자기가 송씨다 싶으면 일어나자”를 외치던 첫 시즌의 ‘관객모독’ 시절부터 이들은 연기자와 관객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신선한 웃음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당초 폭력조직들 간의 대결이던 코너 형식을 남북이 대치하는 JSA로 바꾼 뒤 “너희에게 송이병이 있다면, 우리에겐 핵폭탄이 있다”며 (이미 무대 뒤에서 점찍어뒀을) 관객에게 “터지라우”를 외치던 이상준의 대사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녹화 현장을 직접 찾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고급 헤드폰 등 탐나는 상품을 놓고 벌어지는 핵폭탄과 송이병의 대결에서 패배한 쪽에게는 제작진이 특별히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이 주어진다. 의 팬이다 싶으면 일단 방청권 신청부터 하고 보자.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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