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라덴이 죽었다. 미국은 남의 나라 영토 한복판에서 빈라덴을 사살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 미 정보당국자는 보안상의 문제였다고 말했으나, 주권침해와 일방주의적 폭력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는 유럽 좌파 정치인과 언론의 지적을 전하며 빈라덴 사살에 대해 정당성 없는 작전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 여론이 유럽에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군사개입의 위태로운 단면이런 일방주의적 폭력은 초강대국 미국만의 일일까. 한국판 5월호는 평화를 유지한다는 유엔 군사개입의 위태로운 단면을 들춰낸다. 지난 4월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명령’으로 유엔의 전투헬기와 프랑스군 병력이 코트디부아르 반군과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무려 한 달 새 2차례의 무력 사용이다. 안세실 로베르 기자는 유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강력한 군사작전과 내전 개입을 자제한 유엔이 리비아에 이어 코트디부아르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정의하며 출범한 유엔이 어느새 무력에 호소하는 방식을 일반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거니와,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엔헌장은 “어떤 경우든 무력 사용을 고려하기 전에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에 기초”(6장)해 있다고 지적한다. 창설 이후 유엔은 유엔헌장 7장에 따라 모두 21차례나 무력 수단 사용을 허용했다. 1950년 한국전 파병 당시 ‘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무력 개입을 한 유엔은 리비아 사태에 이르러서는 ‘민간인 보호’를 무력 사용의 근거로 삼았다. 군사개입의 명분으로 “인권 수호를 내세우는 것은 얼핏 논리와 정당성을 갖춘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어떤 명분에서든 “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 보면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결국 “특정 민간인을 구하려고 다른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논리”로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서일까. 정치인들과 언론은 완곡어법을 쓴다. ‘공습’ 대신 ‘타격’, ‘전쟁을 벌인다’는 표현보다 ‘군사작전을 개시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로베르는 “유엔의 이름으로 군사적 개입을 전개할 능력이 있는 국가들은 국제 교역 규범의 대대적인 개혁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남반구 빈곤 계층들의 사회적 권리 요구를 묵살하는 국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인간 존재가 가치를 상실한 마당에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폭탄이나 인도주의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편, 유엔의 군사개입 이후 코트디부아르는 알라산 와타라 신임 대통령이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을 체포해 ‘종전’이 선포됐다. 언론인 블라디미르 캬뇰라리는 코트디부아르의 언론 역사를 되짚으며, 코트디부아르의 미디어가 내전의 한 ‘땔감’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총선 갈등으로 촉발된 두 세력 사이의 분쟁이 두 세력을 대표하는 신문사와 방송사를 통해 확산돼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분쟁지역, 카이스트
여기 또 하나의 분쟁지역이 있다. 2011년에만 대학생 4명이 희생된 카이스트가 그곳.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학)는 서남표 신화의 이면을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홍 교수는 서 총장이 추진하는 ‘모바일 하버’와 ‘전기자동차’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사업성과 타당성이 결여돼 세금 잡아먹는 하마 논란에 휩싸였다며, 관련 학계에선 벌써 ‘제2의 황우석’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이스트 학생 하나하나가 가진 잠재적 가능성이 아무리 적어도 서 총장의 신기술의 잠재적 가능성보다 더 크다”며 결과만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면서도 자신 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결과는 형편없는 현실을 아프게 꼬집었다. 이렇게 5월호는 평화를 앞세운 폭력, 효율을 내세운 폭력 뒤의 ‘상스러움’을 고발하고 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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