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스포츠 영화들이 대중성을 얻는 지점은 스포츠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휴머니즘이나 민족주의와 결부될 때다.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혹은 세계적 위상의 역전이 가능해질 때다. 예컨대 라면만 먹던 소녀가 마라톤의 여왕이 되거나 역사적으로 핍박받던 민족이 스포츠 경기에서 설움을 씻어내는 이야기들. 현실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아도 그런 변화의 환상을 심어주는 ‘성공 신화’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박태환이나 김연아처럼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왔고 애국심보다는 경쟁의 즐거움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 배고픈 자들의 눈물나는 성공 신화가 과연 여전히 유효할까.
는 기본적으로 그런 틀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의 성공 신화를 ‘성장’ 스토리로 변주하는 데 중점을 두는 영화다. 그건 김용화 감독의 장기다. 그는 이미 를 통해 대중이 원하는 성공 신화의 미묘한 지점(변신하되 도덕성을 잃지 말아야 하고 사회적 용인을 얻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을 주변화한 사회구조와 불화하는 대신 비로소 그걸 끌어안는다)을 간파했다. 하찮은 인간이 숭고한 영웅으로 탄생하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고 그렇다고 하찮은 삶에 그대로 머무르는 건 너무 현실적이다. 그는 바로 그 중간지대에 자신의 영화 세계를 세우고 주인공이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이 아닌, 삶의 자존감과 싸우도록 한다. 그 내적 성장의 동기를 주로 가족주의에 두는 점은 신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을지언정, 여전히 대중의 정서를 요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그는 믿는 것 같다.
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 어떻게 다시 국가의 호명을 받게 되는지의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 문장에서 국가를 가족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사실 그 둘이 겹쳐진다는 걸 여기서 굳이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물들에게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떤 추상적인 의미 때문이 아니라, 군대를 면제받고 아파트를 구입해서 가족을 찾고, 지키고, 가족에게 인정받는 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점프 장면의 쾌감+주변부 인생의 감동…
는 실제 경기를 지켜볼 때보다 훨씬 다양한 각도와 드라마틱한 구도로 찍힌 스키점프 장면의 쾌감을 한편에, 사연 많은 주변부 인생의 감동을 다른 한편에 두고 둘의 적절한 배합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의도야 어쨌건 이 영화의 울림은 인물들의 삶의 드라마에서 오지 않는다. 스키점프 경기 직전까지 영화의 감정선을 고양시키기 위해 선택된 설정들과 그걸 찍은 방식은 작위적일 때가 더 많다.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순간은 선수들이 오로지 자기 몸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전속력을 다해 도약해서 창공을 날아오를 때, 이 하찮은 인간들이 적어도 그 순간만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자격을 스스로 창조했을 때다. 그게 어설픈 연습 장면이었든, 정교한 올림픽 장면이었든 상관없다. 좋은 스포츠 영화는 선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 비상하는 씩씩한 몸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영화다.
남다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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