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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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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해버린 문장] 그들이 지킨 약속은 단 하나였다. 우리 영토를 빼앗겠다는 약속

등록 2006-03-24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 <시팅불>(로버트 어틀리 지음, 김옥수 옮김, 두레 펴냄)</font>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인디언들이 끝내 백인 식민주의자들에게 항복한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굶주림과 헐벗음이 이들을 굴복하게 만들었다. 아메리카 평원에 갑자기 들이닥친 산업화의 물결이 인디언 삶의 조건이었던 버펄로의 씨를 말렸기 때문이다.

새만금 개펄의 백합과 바지락과 굴딱지는 아메리카 대평원의 버펄로다. 어부들은 이것들을 생금(살아 있는 금)이라 불렀고, 생금이 널린 생금밭(개펄)에서 조개를 캐는 그레질을 했다. 3월16일 대법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 진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얼마 안 남은 방조제마저 닫히면, 생금은 버펄로처럼 사라지고 그레질하던 아낙들은 인디언처럼 주권을 잃을 것이다. 지난 1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곳에 와서 “앞으로 새만금이 전 국민을 먹여살릴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대한민국 국익 앞에서 개펄과 그레질꾼들의 역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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