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김영현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에 걸린 대학생이 영등포 구치소에 들어간다. 새로 부임한 젊은 교도관이 묻는다. “자네 어머니는 이런 꼴을 보고 좋아하시겠지?” 대학생은 활기찬 목소리로 대꾸한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다 생각하면 누가 나서서 싸우겠어요?” 교도관은 냉소를 짓는다. “무책임한 놈이군. 너도.” 교도관에겐 시골에서 천재 소리를 듣던 형이 하나 있었다. 술주정꾼 아버지는 술도 끊고 형의 뒷바라지에 나섰다. 일류 대학교에 들어간 형은 3학년 때 덜컥 자살을 하고 만다. 형의 잠꼬대 같은 유서에는 카프카의 갈 수 없는 성에 가야겠다고 써 있었다. 그렇다고 카프카를 쳐죽일 수도 없는 노릇. 교도관의 집은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사람은 자기 운명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순 없어. 너 같은 놈들은 모조리 무책임한 놈들이야.”이 단편소설의 제목은 ‘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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