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좋은 세상도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온 세계를 난장판 속에 던져버리는 것.
<밴디트>(에릭 홉스봄 지음, 이수영 옮김, 민음사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나는 종종 왜 사람이 사람의 피를 즐기는지 궁금했다. 그러니까 유고 내전 당시 촌부들이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을 다리 위로 끌고 가 칼로 목을 따 던져버린 이유가 알고 싶었다.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몇몇 농민봉기 등에서 나타나는 억압당하는 집단들의 잔인한 행위를 분석한다. “꿈에서조차 진정한 승리의 희망을 품어보지 못하는 영원한 희생자들에게는 거칠고 무분별한 복수가 ‘파괴의 혁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의 파멸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승리는 다시 파괴의 유혹을 부르고 걷잡을 수 없는 원한과 갈등은 사회를 피의 복수로 물들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들은 영원한 피해자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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