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2004) 중 대대장이 진태(장동건)에게 건네는 대사
▣ 김도훈 <씨네21> 기자
광고
재작년 런던 중심가에서 한 무리의 대학생 배낭족들과 마주쳤다.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지 1년이 지났건만, 그들은 붉은 악마 티셔츠에 커다란 태극기를 배낭에 붙이고 있었다. 국제경기가 아이들을 국제적인 감각의 코즈모폴리턴으로 발전시키기는커녕 애국애족 혈맹집단으로 만들어버리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겠지 싶어 입맛이 좀 썼더랬다. 얼마 전엔 시청 앞을 지나가다 보니 시청이 온통 하얀색 천으로 덮여 있다. 처음에는 독일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완전히 감싸거나, 센트럴파크에 7천여개의 커튼을 매단 설치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가 한국에 왔나 싶었다. 이명박의 키치적 센스도 이런 식이라면 나쁠 거 없지, 라고 생각했더니, 오 마이 갓. 태극기다.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시청을 태극기 3600장으로 덮은 거란다. 누구는 태극기를 보면 월드컵이 떠오른다지만, 나는 전두환의 차가 지나가는 길목에 1시간을 기다리고 서 있다가 선생들이 나눠준 태극기를 흔들었던 고사리손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태극기는 펄럭이고, 애들은 신났고, 누군가의 머리는 빤짝였지. 세상은 도돌이표 돌림노랜가 보다. 태극기는 펄럭이고, 애들은 신났고, 누군가의 머리는 또다시 빤짝거린다네. 랄라라.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승복 주체’ 바뀐 국힘…이재명 “윤석열이 헌재 결정 승복해야”
아이유, 극우 ‘좌파 아이유’ 조롱에 “감당해야 할 부분”
전 서울대 총장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윤석열을?
윤석열, 장제원 사망에 “가슴 아파”…피해자 언급은 없어
계엄·포고령·국회장악…하나라도 중대 위헌이면 윤석열 파면
“저희 어무니 가게, 도와주세요” 1억 클릭…거기가 어딥니까
헌재 길목서 ‘키세스 이불’ 덮고 밤샘…“비상식적 선고 날까봐”
오세훈 부인 강의실 들어갔다가 기소…‘더탐사’ 전 대표 무죄 확정
보령머드 ‘장인’의 5천원 뚝배기…“다이소 납품, 남는 건 인건비뿐”
[사설] 헌재 ‘윤석열 파면’ 지연이 환율·신용위험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