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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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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해버린 문장] 고맙다는 말은 매우 무례한 것이다

등록 2005-08-04 00:00 수정 2020-05-03 04:24

<작은 인간>(마빈 해리스 지음, 김찬호 옮김, 민음사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중앙 말레이시아 세마이족은 고기를 거저 주고 받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뜨거운 사막을 뚫고 하루 종일 돼지 한 마리를 끌고 집에 온 사냥꾼은 그 고기를 똑같은 크기로 분할해 집단 전체에게 분배한다. 만약 고맙다는 말을 하면 그 사냥꾼이 얼마만큼 고기를 주었는지 계산하는 몰인정한 사람임을 뜻하게 된다. “어떤 젊은이가 고기를 많이 잡아오면 그는 자기가 추장처럼 대단한 사람인 줄로 생각해요. 그 오만이 언젠가 다른 사람을 죽일 것입니다.” 이 원주민의 설명은 ‘야만적’인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는 ‘고맙다’라는 단어에 대해 다른 맥락에서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감사 인사 하지 말기 운동’을 펼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인간 사회에서 권력은, 최초에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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