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의 입에서 새어나온 세 음절의 명사 하나. “어머니!”
<꿈꾸는 식물>(이외수 지음, 동문선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품위 있게 살 수 없는 세상에서 품위 있게 살려고 하는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이외수의 첫 장편은 거리의 앵무새마저 ‘총화유신’을 외치는 시대가 배경이다. 화자는 창녀촌을 운영하는 가족의 셋째아들이다. 어머니는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다. 유일하게 ‘해맑았던’ 둘째형은 미쳐서 집을 뛰쳐나간다. ‘동물성’만 득실대는 세계에서 식물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은 미치는 것뿐이다. 오랜 가출을 마치고 돌아온 작은형은 점점 더 미쳐버린다(혹은 식물의 세계에 은둔한다). 어느 날 집을 나선 작은형을 화자가 쫓아간다. 작은형은 그만의 의식 속에서 평화로운 혹성, 섹스만 아는 놈들의 혹성 등등을 떠돌아다니다가 시장의 문패 앞에 똥을 싸기도 한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가부좌를 튼 형의 입에서 나온 단어. “어머니!” 그는 어머니의 혹성에 온 것이다. 화자는 쓸쓸히 작은형에게서 등을 돌려 소도시의 창녀촌, 동물의 세계로 돌아간다.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복제폰’ 노리는 SKT 해커…‘재부팅 요구’ 절대 따라선 안 돼
SKT, 국민 절반 피해자 만들고도 ‘이용자 책임’ 따지나
줄줄이 대기 중인 백종원 예능, 더본코리아 논란에도 강행할까
“큰 그림 만들자” 통일교-건진법사 대화에 관저 용역 ‘희림’까지 등장
소녀시대 수영, 존 윅 스핀오프 ‘발레리나’ 출연
조국 “윤석열이 괴물된 건 책 안 읽었기 때문”
‘어대명’ 결말 알고도 완주…김동연·김경수, ‘5년 뒤’ 밑돌 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아침햇발]
4월 28일 한겨레 그림판
최상목도 한덕수 출마에 반대…“정치적 불확실성 낮아지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