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이다움을 질박하게 보여주는 형제 멜로
▣ 이성욱/ 기자 lewook@cine21.com
어린 동생은 언청이로 태어난 형의 비애를 받아들일 틈이 없었다. 그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어머니의 냉랭한 편애였다. 어머니는 일수놀이로 이웃들에게 야멸찬 짓까지 해가며 벌어들인 돈을 온통 형의 수술비로 쏟아부으면서 그만큼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 어머니에게 자기는 구박데기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자기를 남편처럼 의지하고 있었다는 건 아주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이 연년생 형제가 딴판으로 생겨먹게 된 건 당연해 보이는데 기이하게도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에 다니게 됐다. 번듯한 외모에 싸움짱인 동생 종현(원빈)과 순하디 순하고 공부짱인 형 성현(신하균). 종현에게 세상 만사는 어딘가 글러먹었다. 어머니와 형에 대한 결핍감은 그를 불량기와 뚝심, 깡다구로 똘똘 뭉치게 했다. 지역을 관할하는 프로 건달에게도 눈빛 한번 내리깔지 않는다. 어쨌든 이들은 공부와 싸움으로 학교를 평정한 용감한 형제였다. 불행의 시작이랄까, 한 여고생이 형제의 눈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여고생의 맘을 먼저 사로잡은 건 동생이었다.
의 각본·감독 안권태는 의 조감독 이력이 유일한 충무로 경력이다. 게다가 의 곽경택 감독처럼 부산 토박이다. 어쩔 수 없이 은 의 정서를 진하게 담고 있다. 원빈이 질겅질겅 씹어 던지는 욕설은 걸지만 찰지고, 그의 주먹질은 거칠지만 사내 냄새를 물씬 풍긴다. 원빈의 ‘싸나이다움’은 영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지만 많은 걸 희생시킨 대가다. 좋아하지 않는 형이 좋아하는 물건을 무력으로 빼앗던 그가 형의 속마음을 알아버리고는 자기 사랑을 포기할 줄 안다. 어머니가 잃어버린 돈을 메우느라 가장 불쌍한 이웃에게 깡패짓을 하던 그가 의로움을 잊지 않고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올 줄 안다. 그렇지만 이것이 끔찍한 비극의 업보가 되어 돌아오고 가족이 뒤집어쓴다. 형제 멜로를 완성하는 희생의 제의를 거쳐서야 ‘싸나이’는 비로소 원숙해진다. 따뜻한 추억과 깊은 회한, 그리고 도덕적 올바름을 갖춘 어른으로 말이다.
은 가 길을 터놓은 ‘부산 영화’라는 이름을 고유명사로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전형적이다. 질박한 사투리, 달콤쌉싸래한 청춘 로맨스, 피 튀기는 누아르적 비극, 과거에의 향수 등. 또 이 부산 영화는 가 장동건을 발견해냈듯이 원빈을 발견해낸다. 은 여기에 유머를 추가한다. 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언어의 유희가 즉각적인 웃음을 터뜨리지만 곱씹어볼수록 와 차별짓는 중요한 대목이다.
복합장르로 이뤄져 눈돌릴 틈 없는 잔재미를 이어가지만,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한 마무리에도 여린 이들의 눈물을 쏙 뺄 만한 펀치력을 지녔지만 은 새로운 영화가 아니다. 데뷔 감독의 솜씨로는 놀라울 정도로 웰메이드 영화이지만 웰메이드 영화의 지향점이 무엇이어야 할까, 자꾸 되묻게 만드는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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