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감독이 풀어낸 호그와트 세 번째 이야기
▣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dmsgud@hani.co.kr
해리포터 시리즈 3편 는 전편들과 같은 배경, 같은 인물들로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1, 2편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다. 크리스 콜럼버스에서 알폰소 쿠아론으로의 감독 교체가 불러왔던 예측이 거의 맞아떨어졌다.
화사한 그림책 같던 화면에는 의 분위기처럼 깊은 음영이 드리워졌고 이야기의 흐름도 전편보다 복잡해졌다. 감독은 볼거리보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데 집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세명의 주인공이 어린이에서 소년 소녀로, 반항하며 흔들리는 10대 사춘기로 자라났다는 것이다. 에서 10대에서 20대로 진입하는 두 소년의 성장담을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던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해리는 여전히 자신을 위협하는 검은 기운과 싸우지만 그를 괴롭히는 건 더 이상 더즐리 가족이나 호그와트의 까다로운 스네이프 교수,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자아를 찾기 시작한 자신의 내면,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10대의 예민한 감성이다.
변성기가 찾아온 해리에게 변한 건 목소리뿐 아니라 목소리를 타고 나오는 말도 포함된다. 언제나처럼 우울한 여름방학 중의 해리는 자신을 학대하는 더즐리 가족들에게 더 이상 착한 아이처럼 굴지 않는다. 자신의 핏줄에 대해 험담하는 마지 아줌마에게 “입 닥쳐요”라고 불경하게 대들며 ‘머글’들의 동네에서는 금지된 마법을 써 아줌마를 풍선으로 만들어 날려버린다. 그러고는 짐을 싸 가출한다. 이처럼 영화는 첫 장면부터 3편의 노선이 전편들과 어떻게 다를지 선명하게 지시한다.
새 학기를 맞아 돌아온 호그와트 역시 산더미처럼 쌓인 감자칩에 탄복하는 아이들의 동산이 아니라 친구들과 모여앉아 좋아하는 배우와 밴드 이야기로 밤을 새우는 10대들의 기숙사처럼 묘사된다. 현실의 중학교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의 호그와트에서 세 주인공은 햄버거 가게 앞에서 만나는 10대들과 비슷해 보인다. 모범생처럼 단정하게 여몄던 교복의 앞 단추는 풀어지고, 이들은 청바지와 추리닝 같은 ‘요즘 애’들의 자유복장으로 활보한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무심코 잡은 손길에 자꾸 신경이 쓰이고, 원단 모범생 헤르미온느는 교수가 퍼붓는 모멸에 교실을 박차고 나오는 ‘성깔 있는’ 소녀로 자랐다. 리처드 해리스의 사망으로 연기자가 바뀐 덤블도어 교장의 캐릭터도 인자한 할아버지 같던 모습에서 장난기 있으며 왠지 아이들과 이야기가 통할 것 같은 ‘10대 취향’의 세련된 ‘올드보이’로 변모했다.
3편에서 해리는 악명 높은 아즈카반 감옥의 탈옥범 시리우스 블랙과 범죄자보다 더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는 디멘터들과 싸운다. 그 싸움은 베일에 싸인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자신의 내면과의 투쟁이자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까지 심적인 방패막이 돼주었던 부모로부터 독립하기의 과정이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서가는 해리가 치르는 성장통은 기특하기도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자라고 있는 해리가 4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부쩍 커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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