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손때묻은 원고 현대문학관에 전시… 문단역사 기록하고 문학사 연구 자료 구실
손으로 쓴 육필원고에는 글쓴이의 채취와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국현대문학관은 문인들의 육필원고를 모아 전시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으로 원고지는 누렇게 변했지만 글씨는 선명했다.
아동문학가 윤석중(92) 선생의 원고에는 동심이 가득하다. 크고 둥근 글씨가 원고지 빈칸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선생은 맑고 밝은 글씨로 등 지금도 친숙한 동요를 만들었다.
를 지은 이상의 글씨는 마치 인쇄한 것 같다. 깨알같이 작은 일본어 원고를 적어내려간 글을 보노라면 식민지 시대를 살아간 이상의 고뇌가 빽빽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을 쓴 춘원 이광수의 글씨는 지금 봐도 현대적이다. 파란색 잉크로 가로로 또박또박 적어내려간 한자와 한글을 섞어 쓴 글씨는 얼핏 요즘 사람이 쓴 글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당시 토씨만 빼곤 한자를 세로로 흘려쓰던 사람들에 비하면 이광수는 작품뿐만 아니라 글씨 또한 현대적이다.
수필가인 김태길(82) 학술원 부원장의 글은 오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서체다. 마치 잘 쓴 펜글씨 교본을 보는 듯하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박봉우 시인의 ‘휴전선’ 원고는 원고지가 아닌 백지에 굵은 사인펜으로 투박하고 직선적인 글씨체로 휘날리듯 적혀 있다. 분단의 장벽을 훌쩍 넘고 싶은 시인의 절규처럼 읽힌다.
육필원고의 필체나 글자의 분위기 등을 통해 작가의 성격, 글을 쓸 때의 상태, 교정 등 편집 과정에서 변화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육필원고는 문단역사를 기록하고 문학사를 연구하는 자료다. 연구자들에게 문학작품의 집필·가필·교정 과정 등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도서관 등에서 따로 필사본만 보관·전시한다. 자판을 두들겨 쓴 뒤 하드디스크나 디스켓에 저장한 원고에는 이런 육필원고의 추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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