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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지역을 지나 임진강으로…

등록 2002-12-20 00:00 수정 2020-05-02 04:23

미군 궤도차량의 임무를 따라가면 공세적 한-미 연합작전계획이 보인다

왜 57t 무게의 미군 궤도차량이 지난 6월13일 오전 사고지역을 지나가야 했을까.

흔히 미군 장갑차라고 불리는 사고차량은 미2사단 44공병대대 소속 지뢰지대 개척용(AVLM) 차량이다. M60 전차 차체를 기본으로 한 이 차량은 뒤쪽에 미클릭(MICLIC) 발사장치를 달았다. 미클릭은 폭약을 로켓으로 발사해 폭약과 함께 지뢰를 폭발시켜 없애는 장비다. 사고를 낸 궤도차량은 당시 보병부대와 함께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하고 있었다.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북한군이 경기 문산~파주~서울을 잇는 1번국도와 연천~동두천~의정부를 잇는 3번 국도를 이용해 서울로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군과 주한미군은 1번국도와 3번국도를 양축으로 삼고 휴전선부터 한강까지 단계별로 방어선을 친다. 국군과 미군은 이 지역에서 각 상황에 따른 방어훈련을 한다. 지도를 보면 1번국도와 3번국도 사이 경기 북부지역을 가로로 연결하는 통로가 56번 지방도로다. 따라서 이 도로로 장갑차와 탱크 등이 자주 이동한다. 효순이와 미선이가 숨진 곳이 경기 파주시 광적면과 법원읍을 연결하는 56번 지방도로였다.

사고를 낸 궤도차량이 속한 미2사단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wire) 구실을 한다. 한반도 분쟁 때 북한군이 경기 동두천 등에 주둔한 미2사단을 피해 서울로 남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계철선은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하는 부비트랩(설치형 폭약)의 폭발장치다. 적이 인계철선을 건드리면 조명탄이 터지든지, 신호탄이 터져 바로 적의 침입을 알 수 있다.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등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국군과 미군은 서울 위쪽 경기 북부지역에서 미군 지원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틴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60일 안에 병력 69만명과 함정 160여척, 항공기 1600대를 한반도에 투입하는 전력증강계획을 갖고 있다. 초기방어에 치중하던 한-미 연합군은 미군의 증원전력이 도착하면 반격에 나서 북한으로 진격한다. 한-미 연합군의 반격은 임진강 도하작전으로 본격화된다.

이때 주한미군 공병부대는 임진강에 뜬 다리를 놓아 전차와 전투병력이 강을 건널 수 있게 한다. 당시 사고차량 맞은편에는 미군 장갑차 5대가 맞은편으로 엇갈려 지나가고 있었다. 사고 당시 미군은 공병이 뜬 다리를 설치하면 기동부대가 임진강을 건너 반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중생들을 친 궤도차량은 지뢰제거용 미클릭을 발사해 미군 전차부대의 북한 지뢰지대 통과를 돕는 임무를 맡았을 것이다. 미군 궤도차량의 임무를 따라가면 공세적 한-미 연합작전계획이란 뿌리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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