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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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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의 쾌속질주

등록 2002-07-17 00:00 수정 2020-05-02 04:22

영남은 물론 전국조사에서도 노 후보 앞질러… "제3후보론" 힘 얻을까

정몽준 의원은 영남에서 대통령 후보로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3자 가상대결 결과는 이회창 후보 49.5%, 정몽준 의원 22.2%, 노무현 후보 17.2%였다. 정 의원이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영남에서도 노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게 나온 것이다. 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37.5%, 정 의원 26.0%, 노 후보 24.7%로 나와 정 의원이 오차범위 안에서 노 후보를 앞섰다. 정 의원의 저력이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결과는 경우에 따라 민주당에서 정 의원을 염두에 둔 ‘제3후보론’이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 의원 지지율은 20대(29.9%)와 30대(26.7%), 40대(22.3%)에서 높았고, 50대(16.3)와 60대 이상(6.3%)에서 낮았다. 노 후보의 연령별 지지율 분포와 비슷하다. 지역별로는 역시 지역구(울산 동구)가 있는 울산(30.3%)에서 높게 나왔다.

3자대결을 할 경우 노 후보 지지층과 무당파층에서 정 의원 쪽으로 옮겨가는 비율이 높았다. 양자대결에서 노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사람 가운데 25.7%가 3자대결에선 정 의원 쪽으로 옮겨갔다. 또 응답을 하지 않거나 모르겠다고 밝힌 사람 가운데 37.2%가 3자대결에선 정 의원을 지지했다. 반면 이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사람 가운데서는 16.0%만이 정 의원 쪽으로 옮겨갔다. 정 의원이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할 경우 영남에선 이 후보보다 노 후보가 더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이는 20대와 30대 연령층에서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지지율이 겹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물에 대한 선호도를 알아보기 위해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인 배경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인물만을 놓고 볼 때 이회창·노무현·정몽준 세 사람 가운데 누가 대통령감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결과는 이 후보(41.4%), 정 의원(26.9%), 노 후보(19.7%)였다. 정당과 연결지어 조사했을 때보다 정 의원은 4.7%포인트, 노 후보 2.5%포인트 올랐지만 이 후보는 되레 8.1%포인트 떨어졌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이 정치적 배경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지만 이 후보는 한나라당 덕을 좀 봤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 의원의 좋은 성적표가 ‘월드컵 특수’에 따른 것인지, 기초가 탄탄한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먼저 영남권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물은 항목에서 정 의원을 꼽은 사람이 9.6%에 지나지 않았다. 정 의원이 서울 출생이지만 지역구가 울산에 있고, 그가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이다. 정 의원의 영남지역 기반이 탄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대선이 지역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정 의원이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파층의 정 의원 지지가 높은 점도 지지율이 탄탄한 것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무당파층은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쉽게 쏠렸다가도 쉽게 싫증을 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3후보에 대한 영남인의 생각을 엿보기 위해 “이 후보와 노 후보 이외에 정몽준·박근혜 의원 등 제3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김대중 정권 교체를 방해하는 행동이라는 견해에 동의하느냐”고 물어봤다. 동의한다는 응답(41.0%)과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42.3%)이 비슷하게 나왔다. 대체로 제3후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후보 지지층에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50.2%)이 동의한다는 응답(34.8)보다 높았고, 이 후보 지지층에선 동의한다는 응답(50.1%)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6.8%)보다 높았다. 이 후보 지지자들이 노 후보 지지자들보다 제3후보에 대한 경계감이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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