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에 찍은 우키시마호 생존자들의 증언 영상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8월5일 서울 잠원동에 있는 영화사 메이플러스에서 만난 김진홍 감독(사진)은 다큐멘터리영화 (9월 개봉) 막바지 편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일본 아오모리현 군사시설에서 강제노동했던 조선인 노동자와 가족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1945년 8월24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한 우키시마호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1990년도 초중반 생존자 촬영 영상이 있었기에</font></font>
국내에서 우키시마호 사건을 다룬 영화로는 첫 극장 개봉작이다. 일본에서 1995년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 를 제작해 상영하고, 북한에서는 2001년 을 만들었다. 은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지만 국내 개봉은 못했다.
영화 의 뼈대는 우키시마호 생존자 80여 명의 증언이다. 우키시마호폭침진상규명회 전재진 회장이 1990년도 초중반에 생존자들을 만나 찍은 영상을 제공한 것이다. 영화 자문을 맡은 전 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생존자 82명을 만났는데 그중 98살 최석준 할아버님만 살아 계셔요”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살아 있는 우키시마호 생존자로 86살 장영도 할아버지가 나온다. 장씨는 12살 때 가족과 함께 우키시마호에 탔다. 그 배에 함께 탄 어머니, 누나, 여동생을 잃었다. 김 감독은 “장영도 할아버님이 ‘내가 아흔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우키시마호) 진상 규명이 안 돼서 어머니에게 불효하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한 맺힌 세월을 보낸 할아버지의 아픔이 느껴졌어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동안 몰랐던 우키시마호 사건에 대해 알아갔다. 그는 애초에 이 작품을 극영화 (가제)으로 제작하려 했다. 2017년 초반 우키시마호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과 ‘우키시마호 영화 전략 포럼’을 열었다.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우키시마호 사건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은 우키시마호 자료와 생존자·유가족 인터뷰를 바탕으로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우키시마호희생자유족회에서 이 영화 제작에 도움을 줬다. 유족회에서 2012년 우키시마호가 침몰했던 바다에 가서 찍은 수중촬영 영상을 제공했다. 당시 바닷속에 잠겨 있을 유해와 선체 잔해 발굴 작업을 위해서 그곳에 간 거다. 과 전화 인터뷰한 유족회 한영용(77) 회장은 “정부에서 진상 조사를 안 하니 우리가 사비를 들여 스쿠버다이버들과 함께 일본에 갔어요. 안타깝게도 펄이 두껍게 쌓여 수색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font></font>
이 영화에서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배우들이 우키시마호가 침몰당한 그날을 재현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70여 년이 지난 사건을 면밀히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시 영상 자료, 사진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영화 에 들어가는 노래다. 이 곡은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우키시마호 희생자들을 위한 이다. “우키시마호의 진실은 바다 깊은 곳에 여전히 묻혀 있어요. 영화를 통해 우키시마호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김 감독이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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