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이 분석한 전국 주택 공시가격 자료(2014~ 2018년 국토교통부)와 종합부동산세 결정 현황(2012~2016년 국세청) 자료를 보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1세대 1주택) 집은 2016년 기준 8만1266가구다. 같은 해 주택분 종부세를 낸 사람은 개인과 법인을 합해 27만3555명이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격차는 종부세 납부 대상 가운데 고가 주택 1채만 소유한 ‘실소유주’ 말고도 다른 대상이 있음을 말해준다. 누굴까. 국토부가 9·13 대책 발표 때 배포한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시범운영 결과 분석’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집을 가진 개인 1391만 명 가운데 주택을 3채 이상 가진 개인, 즉 다주택자가 24만479명이었다. 왜 ‘종합’부동산세인가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2004년 11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방안’은 ‘종합부동산세 신설’ 항목에서 과세 대상을 “주택·토지 과다 보유자”로 못 박았다. 실거주하거나 생업에 필요한 부동산 말고 투기 목적으로 소유한 여러 부동산의 가격을 ‘종합’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뜻이다. 같은 보유세인 재산세가 지방세인 것과 달리 종부세가 국세로 결정된 이유도 ‘종합’의 뜻에 있다. “서초구청장은 서초구 안에 있는 땅과 서초구민을 상대로 행정하는 사람이지 부산이나 경기도, 강원도 땅까지 합쳐 매길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사람”(김수현, , 오월의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각 지역에서 분산 과세해 세 부담이 유명무실했던 ‘지방세의 한계’를 극복한 게 ‘종합’부동산세였다.
정치의 도구로 전락한 종부세미시경제학의 권위자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촛불 정국이 이어지던 지난해 1월 에 실은 논문(‘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에서 “우리 정부의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 중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모두 합해 종합적으로 과세하는 데 대한 부유층의 반발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나쁜 세금이라는 인식… 은 보수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증폭된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종부세는 ‘나쁜 세금의 문제’가 아니라, 과장과 왜곡으로 본질을 호도한 ‘나쁜 프레임의 문제’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물론 문재인 정부 때까지 유통되는 ‘종부세 저주 프레임’을 팩트 체크(사실 확인)해보면, 종부세를 부풀려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① ‘8·31 부동산 대책… 무차별 ‘세금폭탄’ 터지나’( 2005년 8월23일치)팩트 종부세 대상 아파트의 85%는 강남 3구에 집중
‘세금폭탄’ 프레임은 2004년 11월 도입 원년보다 강화된 종부세 시행 방안을 담았던 2005년 8·31 대책 발표 전후로 맹렬히 제기됐다. 2007년 1월 은 아예 ‘세금폭탄’이라는 제목의 별책부록을 제작하기도 했다. 종부세 역사 초기에 만들어진 세금폭탄 프레임은 여전히 집을 가진 개인들의 ‘세금공포’를 자극한다.
실증적으로 보면 종부세는 만인에게 세금폭탄이 될 수 없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종부세를 내야 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공동주택)는 2014년 4만7521가구에서 2018년 14만677가구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늘어난 주택(9만3156가구)의 82.5%(7만6884가구)는 강남 3구에 집중됐다. 2014년 이후 5년 내내 전국의 종부세 대상 주택의 80%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서울 전역의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서울 아파트 절반이 종부세 대상이 된다’는 보도도 근거가 없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해보면 실제 서울의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8만8560가구에서 13만4878가구로 52%나 늘어났는데, 증가분 85.7%는 강남 3구 ‘출신’이다. 서울 25개 구 중 13개 구는 종부세를 낼 아파트가 단 한 곳도 없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이 두드러졌던 마포구는 종부세를 내야 할 주택 비율이 0.7%에 지나지 않았다. 2018년 전국 종부세 대상 아파트의 95.8%가 서울에 있고, 서울에 있는 종부세 대상 아파트의 85%는 강남 3구에 몰려 있는 것만 봐도 서울 아파트 절반이 종부세 대상이 될 것이란 폭탄 프레임은 ‘공갈빵’에 불과하다.
문제는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종부세가 아니더라도 재산세 부담이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종부세 과세 대상은 아니어도 집을 가진 사람은 세금폭탄이라고 인식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이다. ‘보유세 개혁의 좌절에 관한 조세정치적 해석’(김명수, 2014)을 보면, 1999~2008년 10년 사이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가 8·31 대책 발표 무렵인 2005년 8월~2006년 10월이었다. 8·31 대책 때 정부는 과세기준 금액 6억원으로,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 등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면 과세 대상이 16만 명(전체 970만 가구의 1.6%)쯤 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2007년 실제 과세 인원은 34만여 명으로 2배였다. 2006년 7만여 명의 4배가 넘었다. “가격 상승과 과표적용률의 단계적 현실화가 겹친 가운데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강남과 수도권 가격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더욱 가팔라서, 두 해 동안 25~70%에 달했다. …고가 주택 소유 가구뿐 아니라 대다수의 도시 자가 소유 가구 모두가 공시가격 상승과 조세 부담 증가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노무현 정부 때는 재산세 때문에 전반적인 세 부담이 올라간 것이었고, 종부세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편승해서 일부 언론이 여론을 호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② 보유세 3배로… 은퇴자 “빚내서 내랴”( 2007년 5월1일치)팩트 대다수 가구 소득 대비 보유세 1% 미만… 큰 부담 안 돼
2007년 5월 에 실린 기사에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31평형을 23년 전 사서 지금까지 ‘1가구 1주택’으로, 이 집에서만 살아온 공공기관 퇴직자 이아무개씨가 등장한다. 국민연금으로 한 달에 40만6천원을 받는데, 한 해 보유세가 440만원이라며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할 형편”이라는 그의 말을 전한다. ‘빚내서 세금 낸다’는 프레임도 여태 애용되는 종부세 저주 프레임의 고전이다. ‘마땅한 소득 없는 고가 주택 소유 은퇴자 63만 가구… “보유세 걱정으로 잠이 안 온다”’( 2018년 9월25일치)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사가 근거로 삼은 논문(‘가구의 소득-재산 결합 분포와 소득세-보유세 부담’, 김진영, 2017)을 살펴보았다. 정작 논문의 주장은 저소득-고자산 가구 비율을 단순 합산해 최대 3.19%(2천만 가구 중 63만 가구)가 된다는 기사의 내용과는 배치되었다. 논문은 “보유세 자체만 놓고 볼 경우 소득 대비 자산이 과대하게 많다고 평가할 수 있는 약 1% 미만의 가구들에 있어 소득 대비 보유세 부담이 매우 크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에게는 소득 대비 보유세가 1% 미만으로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담세 능력이 떨어지는 가구에 대한 소득 대비 보유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반적인 보유세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을 쓴 김진영 교수는 과 한 통화에서 “GDP(국내총생산)에는 자가 소유자들이 지출하지 않는 월세(임대료)가 소득(귀속소득)으로 간주돼 반영돼 있다. 비싼 집에 살지만 소득이 없다고 하는데, 소득을 현금으로만 생각하면 그의 지급 능력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유세 부담 수준을 평가할 때 경제학의 귀속소득 개념을 고려하지 않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 63만 가구라는 추정은 과장이다”라고 했다.
‘70대 은퇴자’ 같은 저소득·고자산 1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는 조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2월 종부세 개정으로 장기보유공제(5년 이상 거주 20%, 10년 이상 거주 40%), 고령자 공제(60살 이상 10%, 65살 이상 15%, 70살 이상 30%)가 시작됐다. 강남의 초고가 주택이어도 70살 이상(30%)이고 10년 이상 장기 거주(40%)할 경우 종부세 산출세액에서 70%를 공제받고 30%만 낸다.
이런 공제가 결과적으로는 자산의 대물림, 상속을 쉽게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유 단계에서 세금을 낼 수 없으면 나중에 양도나 상속 단계에서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등에 포함해 내는 ‘과세이연’과 같은 대안이 나오는 이유다. 아일랜드는 고령자에게 재산세 이연(기한 연장)을 허용하며, 부동산을 팔 때 그동안 미뤄놓은 세금에 연 4% 이자율을 적용한다.(‘부동산 보유세 현황과 쟁점’, 최승범, 2018)
③ ‘부동산을 잡아야지 경제까지 잡을 텐가’( 2005년 8월13일치)팩트 부동산 보유에 매기는 세금이 가장 ‘시장 친화적인 세금’
의 해당 사설은 “세금폭탄을 터뜨려서라도 집값, 땅값을 잡는 것… 문제는 그것이 한국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이다. …정부의 부동산 극약 처방으로 경제가 죽어버린다면 부동산값을 잡았다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종부세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프레임이다.
최근에는 종부세를 비롯해 부동산 보유에 매기는 세금이 ‘시장 친화적인 세금’이라는 인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부동산 과세가 가장 자본주의적인 세금이라고 했다. “땅 소유주의 배타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과 법률이 필요하다. 땅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공권력을 필요로 하고 국가는 그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1% 정도가 되면 국가가 100년이면 100%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한국처럼 실효세율이 0.15%면 700년이 걸린다. 사실상 회수가 안 되는 거다. 지금까지는 취득세 한 번 받고 해줬는데, 저금리 상황에서는 취득세 받아봐야 몇 년 치 비용밖에 회수가 안 된다.” 10억원 아파트라면 건축비 2억원을 뺀 나머지 8억원이 땅의 가치라고 봐야 한다고 하 교수는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보유세의 경제적 효율성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낸다. 이 기구의 ‘조세개혁과 경제성장’(Tax Policy Reform and Economic Growth, 2010) 보고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제도 개혁의 첫 번째 단계로 부동산 과세 비중을 높이는 것을 제시한다. 또 ‘통합적 경제성장을 위한 세제 개편’(Tax Design for inclusive Economic growth, 2016) 보고서는 노동소득과세·자산과세·자본소득과세·소비과세, 네 유형 가운데 가장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세금이 자산과세라고 밝혔다. 자산과세 중에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상속세, 부유세, 자산거래세 중 가장 효율적인 세금이라고도 했다.(‘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혁 방안’, 최병호, 2018)
이준구 교수는 앞서 밝힌 자신의 논문에 이렇게 썼다.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조세를 도입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공격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우리가 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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