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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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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쫓으면 불편함이 다 없어지나요?

[고래토론] 점점 늘어나는 아이 출입금지 구역…

초등학생들 ‘노키즈존’에 대해 말하다
등록 2017-08-22 08:26 수정 2020-05-02 19:28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카페나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 아이들이 시끄럽거나 무례하게 굴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렇다면 노키즈존으로 인해 출입금지를 당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서울 동작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과 노키즈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143호(2015년 10월 발행) ‘고래토론’을 편집해 실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학생들의 개인 사정으로 사진 대신 실루엣을 담았습니다. _편집자
참여 지민경(11)·김예은·서지민·오지원·황호재(12)
진행
사진 김중원 삼촌(바라 스튜디오)

예은 ‘노키즈존’ 표시 본 적 있어?

지민 아이들 데리고 오지 말라는 거잖아.

호재 우~ 나쁜 놈들. 난 이거 반대!

지원 나도 반대야. 잘못한 아이들이 반성할 수도 있고, 그러면 오히려 어른들이 받아줘야지, 안 그래?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데 한 번 잘못했다고 모든 아이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별로야.

예은 안 떠드는 애들은 억울할 거야.

호재 만약 가게에 못 들어가면 아이가 밖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리라는 거야? 그러다 유괴라도 당하면 어떡해!

민경 무시하는 거야. 어린이가 만만하니까. 아이 출입금지 표시가 붙은 가게, 들어갈 거야?

호재 못 들어갈 거 같아. 아니, 안 갈래.

지원 차라리 다른 데 갈래. 음, 화이트로 거기에 낙서할까?

호재 표시 떼고, 문 부수고 그냥 들어가도 되지 않나?

지민 사람들한테 피해 주고 나도 피해를 당하는 거보다 차라리 둘 다 편하게 있을 곳으로 가는 게 훨씬 나을 거 같아.

지원 어린이 말고 외계인이라고 쓰자. 외계인 출입금지!

“카페에서 어른들도 수다 떨잖아”

예은 외계인도 억울할지 몰라. 바꿔서 생각해봐. 만약 내가 가게 주인이라면 어떨 거 같아?

호재 물론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

지원 안 그래도 장사가 잘되지 않는데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서 다른 손님이 가버리면 정말 싫을 거 같아. 욕하고 싶겠지.

민경 응, 짜증 날 거야. 완전 화나.

지민 장사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뛰어다니고 방해하면 기분이 정말 나쁠 거야. 다른 손님들한테 피해를 주는 거잖아.

예은 나는 시끄럽게 구는 아이한테 나가라고 할 거 같아.

지원 결국 우리도 가게 주인이 되면 떠드는 애들한테 ‘꺼지라’고 한다는 거네.

지민 그래도 아이들 모두 들어오지 말라고 하진 않을 거야. 어른들도 떠들잖아!

민경 아이들만 떠드는 거 아니잖아. 어른들도 수다 떨잖아.

호재 아저씨들도 진짜 크게 말해. 다 시끄러워하는데도 큰 소리로 전화하고.

지원 쩍벌남. 지하철에서!

민경 솔직히 어른들도 떠드는데 왜 아이들만 오지 말라고 해?

지원 맞아!

예은 어른들한테는 왜 아무도 뭐라고 안 해?

지원 의견 내는 사람이 다 어른이라서.

민경 장사해야 하잖아. 어른을 못 오게 하면 장사를 할 수 없으니까. 어른들은 돈이 있잖아. 우린 없고.

호재 어른이 불만이 더 많아. 항의도 많이 해. 그리고 카페는 어린이가 많이 앉아 있을 장소는 아니니까.

지민 어린이보다 어른이 더 힘세지. 권력이 있으니까.

민경 만약 어른을 못 들어오게 하면 막 항의할걸. 그게 무서워서 못하는 거야.

지원 ‘당신 여기서 장사하기 싫어?’ 막 이러면서.

지민 아이들은 오지 못하게 막아도 항의를 못하잖아. 출입금지 표시가 붙었으면 그냥 안 가니까.

지원 난 문을 부숴버릴 거야!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동생들을 보면 어때?

호재 귀여워.

지원 좀 창피하지만, 긍정적이야.

예은 뛰어다니는 애들 보면 귀여워.

민경 나도 어릴 때 식당에서 뛰어다닌 적 있거든. 그러면 어른들이 이렇게 말했어. “모두 가만히 앉아 있어!”

호재 나는 안 뛰어다녔던 거 같은데.

“소란 피우면 차분히 타이르면 돼”

지원 에이~ 뛰어다녔을걸. 아무튼 내가 첫째인데, 식당에서 좀 뛰면 어떤 어른이 “첫째애가 엄청 산만하네, 가만히 좀 있어!” 막 이래. 형은 억울해!

호재 동생도 억울해! 형 말 잘 들으라고만 하고. 들을 만해야 듣지.

지민 맞아. 먼저 태어났다고 엄청 유세야!

예은 주제에서 벗어난 듯.

민경 음,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어릴 때 식당에서 뛰어다녀도 별로 말을 안 했던 거 같기도 해.

호재 넌 지금도 뛰어다니잖아, 복도에서. 크크.

지민 사실 누구나 어렸을 때 뛰어다닐 수 있는 거잖아. 자기들은 어릴 때 안 뛰어다녔나.

민경 급하면 뛰는 거지, 뭐.

지민 맞아. 친한 친구를 만나면 신나서 뛸 수도 있고, 안 그래?

예은 소란 피우는 아이들을 보면 불편하긴 하잖아.

지민 차분하게 타이르면 돼.

예은 응, 앉아 있으라고.

지원 나가라고 하는 거보다, 째려보는 게 어떨까? 그러면 눈치가 보일 테니까.

호재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

지민 아이한테 차분하게 타이르면 말을 듣는다고.

예은 근데 안 들으면?

지민 그때는 화를 좀 내야지.

호재 아이 부모를 찾아야지.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아이를 안고 있으라고 해야지.

지원 양해를 부탁한다고, 아이를 좀 챙겨달라고.

호재 오~ 예의 바른데!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

지원 뭐라고 하면 ‘어쩌라고!’ 이러면서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들. 그건 나쁘지.

지민 주의를 시켜야 해.

호재 가게 주인이 뭐라고 하면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해! 내 돈 내고 여기 있는데!” 막 이러면서, 싸움 시작~.

지원 더 얄미운 건, “아, 죄송해요” 말은 하는데 실제 아이는 막지 않고 오히려 더 떠들게 그냥 두는 사람들. 더 확산, 확산!

예은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지원 비꼬는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몽둥이 한 대?

예은 그냥 혼자 살라고 해.

“18살 아래는 너무 억울해!”

호재 그 사람들은 꼭 ‘×랄’을 붙여서 말하잖아.

지민 자기만 돈 냈나? 다른 사람도 돈 내고 먹는 건데,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지원 그러니까 소수의견을 내는 사람들끼리, 서로 사귀자! 무조건 내쫓는 게 정답은 아니야. 이젠 ‘노키즈존’ 표시가 붙어 있어도 난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 들어가서 가게 주인한테 양해를 구하는 거지.

민경 그렇게 안 해도 우리는 다 커서 들어갈 수 있을걸.

지민 5학년이 다 큰 거냐?

민경 그래도 우리는 뛰어다니거나 막 소리를 지르진 않으니까.

예은 미성년자 출입금지도 있고.

지원 억울해! 18살 아래는 너무 억울해!

호재 정부가 썩어서 그런가? 탐관오리가 많아!

지민 내쫓는다고 불편함이 다 없어지는 게 아닌데….

지원 출입금지 표시 밑에 댓글로 다음부터는 잘할 테니 화해하자고 할까?

호재 ‘애들도 안 돼, 외계인도 안 돼’ 그러다가 ‘여자도 안 돼, 외국인도 안 돼’ 나중엔 다 안 되겠네! 거기에 누가 가? 아이들과 같이 갈 만한 공간이 필요해.

지민 키즈카페 같은 데가 있어야지.

지원 그럼 우리 아이들끼리 모여, 무기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들을 물리칩시다!

예은 어떤 무기?

지원 나와라~ 가제트 팔! 문제를 풀 다양한 방법은?

호재 이건 어때? 카페에 작은 방을 여러 개 만드는 거야. 옆사람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게!

지민 노래방처럼?

호재 그렇지. 아니면 놀이방을 따로 만드는 거야. 아이들이 거기서 놀 수 있게.

지원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 칼이 날아오게 설계를 해. 휭휭~ 슉슉!

호재 키즈카페처럼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되잖아.

지원 그리고 커피도 마시고 머핀도 먹고, 일석이조! 놀이방을 만들어줘라!

민경 내가 손님이라면 당연히 어린이 놀이방이 있는 가게로 갈 거야.

지민 어린이들이 놀이방에서 놀다가 다치면 어떡하지?

호재 가끔 어린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가서 살펴봐야지.

예은 벽을 유리로 만들면 되지 않아?

지원 유리로 만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지민 애들이 놀다가 벽에 부딪히면 어떡해? 그러다 깨지면?

민경 강화유리로 만들어야지.

호재 어른들이 잘 살펴보면 되는 거야. 같이 사는 세상.

지민 나는 이 표시 싫어. 안 붙였으면 좋겠어. 어릴 때는 뛰어다닐 수 있잖아. 그러니까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약자를 무시하면 안 돼”

지원 만약 큰돈을 들여 가게를 열었는데 아이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막 만지고 떠들고 커피 엎지르면서 손해를 끼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그래도 용서할 수 있어?

지민 나도 어릴 때 그만큼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면서 자랐잖아. 그렇게 어른이 되었으면 당연히 갚아야지. 아니면 빚진 거 없게 옛날부터 완전 잘하든지.

지원 아, 미안해.

예은 너무 순순히 넘어가네.

지민 아이는 어른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고. ‘조용히 해!’ 소리치는 어른들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된 뒤 아이들한테 똑같이 소리칠 거라고.

지원 앞으로 아이들한테만 그러지 말고 떠드는 어른들도 카페에서 나가라고 해.

지민 어린이도 예의를 잘 지킬 테니까 어른도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어.

호재 나보다 나이 많다고 유세 떨지 말았으면 좋겠어. 똥 싸면 물도 좀 잘 내리고!

지원 화장실에 휴지 좀 잘 놓고! 없으면 완전 당황스럽다고!

지민 힘센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잖아. 약자를 무시하면 안 돼.

지원 힘있는 사람들 화장실에는 비데도 있어! 우리가 쓰는 화장실은 옛날식이고. 대체 왜 나누느냐고, 누구나 똥 마려운 건 똑같은데!

호재 모두 같이 사는 건데!

지민 공동체!

지원 자꾸 약자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약자와 1시간씩 어깨동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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