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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몸통은 유병언 전 회장?

형사판결 받은 공직자는 정부대행 기관 포함 30명, 민간인은 60명… 형량도 공직자에게 가볍게 매겨져, 컨트롤타워는 화려하게 복직
등록 2015-04-20 22:30 수정 2020-05-03 07:17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은 지난 3월27일 주중 대사로 임명됐고 이재율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안전총괄조정관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재난안전 비서관이 됐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은 지난 3월27일 주중 대사로 임명됐고 이재율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안전총괄조정관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재난안전 비서관이 됐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세월호 참사 관련 징계 대상 공직자 가운데 29%만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 4월10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세월호 참사 관련 공직자 징계 현황을 보면,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공직자 34명 가운데 10명만 중징계(파면 1, 해임 2, 강등 3, 정직 4)를 받았다. 경징계는 15명(감봉 13, 견책 2), 나머지(경고 3, 전보 1, 미결정 3, 퇴직 2)는 9명이다.

결국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이 지목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인천지방해양항만청, 한국선급 소속 34명 가운데 29명이 여전히 공직에 있는 것이다.

감사원 요구보다 높은 징계는 1명뿐

감사원이 요구한 징계에 견줘 가벼운 징계를 받은 이는 14명에 달했다. 대표적 인물은 김문홍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이다. 그는 지난해 4월16일 오전 9시3분께 세월호 침몰 사실을 보고받고서도 세월호 좌현이 완전히 침수된 9시57분에야 승객 탈출을 지시했다. 감사원은 김 서장의 해임을 요구했지만 징계권자인 국민안전처장은 지난 4월1일 그를 강등 처분하는 데 그쳤다. 그는 현재 해양경비안전교육원 소속이다.

감사원 요구보다 높은 징계를 받은 이는 1명뿐이다. 국민안전처장은 지난해 12월 김수현 당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에 대해서만 감사원이 요구한 징계 강등보다 무거운 해임 처분을 내렸다.

반면 컨트롤타워 임무를 맡았던 주요 책임자들은 애초부터 감사원의 징계 대상에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로 경질된 뒤 지난 3월27일 주중 대사로 임명됐다. 이재율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안전총괄조정관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재난안전비서관이 됐다.

이 ‘세월호’라는 단어가 포함된 판결문 19건(일반 해운업계 비리 및 명예훼손·모욕 혐의 재판 제외)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참사 관련 피고인 90명 가운데 공직자는 30명(정부대행 검사기관 관계자 10명 포함), 민간인은 60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형사판결을 받은 공직자 수가 민간인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정부의 책임을 제대로 따졌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형량도 공직자에게 더 가볍게 매겨졌다. 공직자들은 징역 또는 금고 실형 6명, 집행유예 7명, 벌금형 13명, 무죄 등 기타 4명인 반면 민간인들은 실형 37명, 집행유예 21명, 벌금형 1명, 무죄 1명이었다. 공직자 출신 피고인 20%가 실형을 선고받은 반면, 민간 피고인의 60% 이상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단위: 명. 자료: 감사원,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2015년 4월6일 기준)

단위: 명. 자료: 감사원,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2015년 4월6일 기준)

이는 검찰 수사의 초점과도 관련이 깊다.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몸통’으로 보고 그의 측근들과 세모그룹 계열사들의 내부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그 결과, 유 전 회장 일가(6명)와 그 일가의 도피 조력자 및 계열사 관계자(30명)가 민간인 피고인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유 전 회장은 계열사 청해진해운을 통해 세월호 도입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현상금 5억원에 공개 수배됐지만 주검으로 발견됐다.

반면 수사 대상 공직자는 모두 해수부 산하 기관 관계자 등 ‘깃털’들이었다. 공직자 가운데는 세월호 도입 인가 부실 심사를 대가로 3500만원과 양주 3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아무개(60) 전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과장(징역 5년 및 벌금 7천만원)이 가장 무거운 형을 받았다. 민간인 가운데서는 세월호 선장 및 선원 16명(징역 36년~집행유예 3년)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6명(징역 10년~집행유예 4년)이 무거운 형을 받았다.

세월호 승객 구조 실패에 대한 형사처벌은 오직 한 사람만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는 123정 방송장비와 승조원들을 통해 승객 퇴선을 유도하지 않아 최소 56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지난 2월, 목포해양경찰서 123정장 김경일(57) 경위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정장은 당시 100t급 소형 경비정인 123정에 승조원 12명을 태우고 오전 9시35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그는 대형 여객선 전복사고 대비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재판부는 그가 현장 도착 이후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지 않은 잘못을 물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그때(현장에 도착해 선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9시44분)까지 김 정장은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그의 책임을 ‘9시44분 이후’의 행위에 국한했다.

하지만 해경은 그보다 17분 전에 이미 현장 승객 상황을 보고받았다.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목포항공대 헬기 511호는 9시27분 목포해경 등에 “승객 대부분 배 위와 안에 있다”고 보고했다. 9시27분부터 44분까지 승객 탈출을 지휘하지 못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목포해경은 9시57분에야 123정장에게 처음으로 승객 퇴선 유도를 지시했다. 승객들은 너무 늦게 목마를 태워 올리고 커튼과 호스를 끌어당겨 서로 탈출을 도왔다. 304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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