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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조 모든 청년은 노인이 된다. 청년은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노인이 노후 생활의 상당 부분을 복지에 의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노인을 위한 복지 지출이 많아 보이는 것은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전체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노인에게 돌아가는 보건의료, 돌봄, 사회보험료, 소득 보정 등의 복지 혜택은 아직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예비 노인인 청년은 자신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친노인 제도와 정책이 정착되도록 지지한다.
제2조 모든 노인은 과거에 청년이었다. 노인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꿈을 이루고 생활을 꾸려나가려는 노력을 인정한다. 청년이 노인 부양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책임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은 높은 등록금, 취업난, 비싼 주거비용, 낮은 소득 등에 짓눌리고 있다. 노인은 청년이 생활 기반을 닦을 수 있게 청년 복지 정책을 지지한다.
제3조 모든 청년과 노인은 서로의 고통에 ‘감정이입’하려 노력한다. 감정이입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네가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지만, 네 고통에 관심을 쏟는다”는 식이다. “난 너의 고통을 똑같이 느낀다”는 ‘공감’으로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저자인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말한 협업과 공생의 기본 조건이다.
제4조 가족의 개념을 확장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후손 번식에 대한 추구’는 부모의 본능이다. 경제학에선 이를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동기’(Bequest Motive)라고 지칭한다. 노인은 이러한 인식을 자녀에서 일반 청년으로 확대해나간다. 청년도 ‘부모에 대한 존경과 부양에 대한 책임감’을 혈연관계에서 일반 노인으로 넓힌다. 개인적인 욕망을 다스리고 사회 연대감은 높이는 방식이다.
제5조 가족 안에서의 상속·증여는 줄여나간다. 부모는 자산과 소득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신 자신의 노후 대비에 쓴다. 가족이 과도한 돌봄과 부양 의무에서 벗어나면 시민사회가 활성화되고 사회 불평등도 줄일 수 있다.
제6조 모든 노인의 노후는 사회연대 방식으로 책임진다. 가족 안에서 자녀가 더 이상 부모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용 환경은 나빠지고 소득 불평등은 커졌다. 공적연금은 확대하고 보건의료·돌봄 복지는 강화한다.
제7조 모든 청년의 교육·노동복지는 사회연대 방식으로 보장한다. 대학은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고 정부는 청년구직수당 형태의 실업급여를 도입한다.
제8조 아동복지를 적극 확대한다. 복지를 받은 경험이 복지를 위한 지출을 만든다. 아동과 청년이 ‘사회가 나를 키웠다’고 느껴야 기꺼이 노인세대를 부양하고 자신의 자녀세대도 돌보게 된다.
제9조 보편적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대한 공평하게 나눈다. 국가 채무는 미래 청년들이 조세 부담으로 갚아야 한다. 교육이나 저출산 대책 등 청년세대에 대한 투자 성격의 지출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용인된다. 그러나 의료비 등 소비 성격의 지출은 현재 노인과 청년의 세수입으로 충당한다.
제10조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에 세 부담을 공평하게 물린다. 청년들의 주 소득인 근로소득에는 6~38%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며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세 부담이 다소 커졌다. 반면 노인의 주 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한 세 부담은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소득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재산세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 아울러 낮은 실질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늘려 보편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
제11조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세대 간 부담 차이를 줄인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30%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연금의 재정 지속성을 확보한다. 다만 정부 재정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5%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인상해 노후소득은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제12조 모든 청년은 사회보험 확대를 적극 주장한다. 공적연금보험·건강보험·산업재해보험·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는 노동자와 기업이 반씩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은 모두 노동자 몫이다. 사회보험료 인상에 따라 청년이 누리게 될 혜택은 보험료 부담보다 훨씬 크다.
제13조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의 정년을 65살로 늦춘다. 노후 소득 보장에 유리할 뿐 아니라 연금 재정도 탄탄하게 한다. 보험료 납부 기간은 늘고 수급 기간은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은퇴 시기를 10개월 늦추면 연금 급여의 10%가 줄어드는 재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다만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의 우려를 고려해 2016년 ‘정년 만 60살 의무화’가 시행될 때는 과도기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제14조 모든 청년과 노인은 획기적인 노동시장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 다만 정부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상시 지속적 일자리에는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최저임금도 인상한다.
제15조 높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땅값과 임대료가 낮아지면 산업경쟁력이 높아져 일자리는 확대되고 노동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청년의 주택 구입과 임대료 부담이 줄어들면 그들의 부모인 노인의 지원 부담도 함께 감소한다.
제16조 주거 안전성은 높인다. 임대료를 일정 수준으로만 인상하고 임대차계약 기간은 늘린 집주인에게는 정부가 세금 감면 등으로 재정 지원을 해준다. 청년은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노인은 임대료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제17조 세대분절적 정책은 지양한다. 노인요양보호소, 노인정 등 특정 세대만을 대상으로 한 세대분절적 정책은 세대 간 소통과 왕래를 단절시킨다. 이에 반해 복지 선진국은 세대통합적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에선 어린이집 옆에 노인시설을 함께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본에선 ‘노인주거 할당제’를 실시하면서 노인과 공동 거주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다양한 세제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제18조 정치권은 세대 정치를 지양한다. 청년과 노인의 이익은 크게 상충하지 않는다. 여당은 지지 기반인 노인층, 야당은 청년층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세대 간 제로섬게임’의 프레임을 활용해선 안 된다.
제19조 가칭 세대협약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에는 청년·노인·학계·정부·기업·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한다. 과거 사회통합위원에는 세대 갈등을 조정하는 세대분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교수로 채워져 탁상공론에 그쳤다. 위원회는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책의 집행 과정을 감시한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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