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어느 날이었다. 연세대 학생들이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을 찾아왔다. 참여연대는 당시 등록금 문제와 고등교육 이슈에 대한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연세대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단체 이름이 참 멋있었다. ‘부자학교 펀드감시단’이라니! ‘아하, 이런 활동도 있구나’라고 무릎을 칠 정도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파기하고(이는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 있었고, 오히려 ‘이상한’ 대학 총장들 일부는 전세계에서 이미 최악의 등록금임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2배로 올려야 한다는 발언을 해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 사립대학들이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을 해마다 인상하는 근거와 적립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 적립금을 펀드에 투자한 과정과 그 이후 이익을 봤는지 손해를 봤는지, 봤다면 또 얼마나 되는지를 꼭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참여연대 사무실 찾아온 대학생들소송은 그렇게 시작됐다. 부자학교 펀드감시단의 김영민 학생과 참여연대는 2008년 10월 연세대에 처음으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예상대로 2008년 11월 연세대는 이를 거부했다. 2009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 비공개 결정을 취소하라는 공익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성지용)와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황찬현)는 “등록금 산정 근거 자료가 공개된다고 해서 연세대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5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올해 11월 말, 대법원 3부(재판장 김신)는 등록금 인상 근거가 되는 관련 정보 대부분을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연세대 학생들과 참여연대는 공익 소송에서 이겼다는 기쁨도 컸지만, 공익소송을 통해 장막에 가려진 한국 대학의 운영 실태에 학생·학부모, 그리고 국민이 공공적으로 접근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고등교육기관의 운영에서 학생 주권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 권리까지 보장한 뜻깊은 판례가 형성된 것이다. 1심·항소심에서 패소하고도 끝내 상고를 제기해 무려 5년 동안 소송을 끌어온 연세대는 그동안의 비공개·불투명 행정에 대해 대학생·학부모들에게 사과하고 관련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즉각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연세대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보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도 미동 않는 연세대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전국 대학들이 등록금·적립금 관련 주요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육기관은 투명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공개법 외에 교육기관정보공개법이 따로 제정돼있다. 이 법을 개정해 적립금·기숙사비 등과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학들은 ‘사립’이라는 장막 안에서 많은 부조리와 횡포를 저질러왔다. 결국 학생·학부모들이 ‘호갱’이 되어 죽도록 고생해왔는데, 이제는 이런 악순환이 끝나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대학의 투명성·공공성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사위원 20자평▶김성진 사학재단의 막무가내, 법원이 제동.
최재홍 등록금 너 왜 자꾸 오르니? 보여줘!
홍성수 대학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기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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