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4일,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하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문화방송 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여자들이 이슬람 남자들의 첩이 될까봐 국익을 위해 이슬람 채권에 반대한다”는 말도 내놓았다. 다급해진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슬람채권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슬람 문제는 대체 언제, 어떤 이유로 대통령 하야를 들먹일 만큼 한국 교회의 중대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일까?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을 뜻하는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는 1980년대에 처음 퍼지기 시작했고,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전세계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2007년 이른바 분당 샘물교회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선교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가 피살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불과 3~4년 사이 이슬라모포비아는 개신교의 가장 큰 현안으로 자리잡았다. 이진구 호남신학대 교수(신학과)는 “이슬라모포비아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선교계의 일부 세력이 상실된 ‘선교 동력’을 회복할 방안 중 하나로 이슬라모포비아를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투아이즈네트워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중동선교회 등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를 주축으로 한 각종 세미나에서 이슬람을 겨냥해 “자본주의·민주주의와 함께 같이 살 수 없는 종교” “종교를 앞세운 공산주의”(강슴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선교위원장), “이슬람 테러와의 전쟁이 4차 대전이 될 것”(전호진 투아이즈네트워크 대표), “이슬람은 어쩔 수 없이 폭력적”(김상복 할렐루야교회 목사)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들었다는 이른바 ‘이슬람의 8단계 침투 전략’ 보고서를 근거로, 무슬림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단계부터 폭동과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80%에 이르면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 대 초반 무슬림 중심의 파키스탄이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 시민과 학생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처럼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문제는 그들이 제시한 통계에 오류가 적지 않았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슬람 이주자가 약 12만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CIA의 비밀 보고서라는 것도 출처가 불분명하다.
다행인 것은 아랍 테러리즘과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를 동시에 거부하는 연세대 김상근·아신대 김영남·호남신대 이진구 교수, 정마태 한국인터서브 대표, 중동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김동문 목사, 프론티어스선교회 이현수 목사, 선교한국 총무 한철호 목사 등이 이슬람 이주자들은 한국 교회가 환대해야 할 나그네라는 사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열성 교인이 혐오도 강한 현실이원규 감리교신학대 교수(종교사회학)는 이슬람을 비롯한 타 종교에 대한 개신교의 적대감이나 혐오감은 종교성이 강해 정통 교리를 잘 믿고, 스스로 믿음이 깊다고 생각하며,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는 교인일수록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왜 그런 것일까? 한국 보수 개신교의 일차적 관심이 예수처럼 소외받고 더럽혀진 자의 고통과 행복에 있지 않고 나의 욕망이나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이익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나님이 악인과 선인은 물론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 모두에게 햇빛과 비를 똑같이 내려주시는 분임을 모르고,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씀을 건성으로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폭력과 보복의 윤리를 폐기하는 것이 신앙의 본질임을 아직 몸으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더도 말고 한국 교회의 자칭 지도층이란 이들이 이슬람 이주자들도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란 사실 하나만이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강유철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전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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