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 이후, 한국의 안보 상황에 관심이 많아지셨을 것입니다. 다행히 사태가 확산되지 않고 서서히 안정을 찾아나가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해외 72개국에 설치한 99개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옛 무역관)에서 중요 해외 투자자 및 바이어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다. KOTRA의 설명대로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평도 사태가 발발한 11월23일 1928.94에서 11월29일 1895.54로 떨어졌다가 12월3일에는 1950.26으로 오히려 올랐다. 또 한국의 신용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사태 당일 107bp에서 11월30일 122bp까지 올라갔지만, 12월1일 111bp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도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9년 이후 커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과거와 다르다는 인식도 함께한다. 북한의 포격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에 직접 가해졌고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과거 사례와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것이다. KOTRA의 ‘안전하다’는 서한은 역설적으로 ‘북한 리스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KOTRA 관계자는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KOTRA 본사 차원에서 이같은 서한을 배포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도 이같은 우려를 보여줬다. 일본의 소니는 12월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 계획이던 부품구매 상담회를 내년 3월로 연기했고, 혼다자동차와 파나소닉은 한국 출장을 중지시켰다. 삼성전자도 유럽법인을 통해 주요 거래처에 전자우편을 보내 연평도 사태를 설명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북한 리스크가 엄연히 존재하고, 또한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북한 리스크임을 증명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로 폭력시위, 노사분쟁과 함께 북한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줄이겠다고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원회의 활동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올 들어 더욱 커진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살펴보면, 2009년 초까지 꾸준히 줄다가 이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주요 7개국을 비롯한 선진국 주가 추이를 집계한 MCS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선진시장과 한국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해보면 한때 근접한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최근에는 30%까지 차이가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그래프 참조). 이에 대해 HMC투자증권의 김중원 책임연구원은 “2004년 이후 2009년 경제회복 시점까지 격차가 줄었다가 최근에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
특히 북한 리스크가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장보형 금융시장팀장은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가 애초에는 12월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연평도 사태 이후 보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며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그럴 경우 북한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현재와 같은 대결·대립 상황에서는 북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고, 그 리스크는 자칫 투자자들의 행동을 위축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게 될 것”이라며 “경제를 위해서도 튼튼한 국방과 안보를 통해 평화를 지키는 것과 함께 대화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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