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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모함 개봉박두

1996년 ‘대만 사태’ 때 미 해군에 밀린 뒤 전력 현대화… 항모의 대양 진출 위해 ‘서해 지키기’ 안간힘
등록 2010-07-30 16:00 수정 2020-05-03 04:26
2008년 9월19일 홍콩 해군기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REUTERS/ ALEX HOFFORD

2008년 9월19일 홍콩 해군기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REUTERS/ ALEX HOFFORD

중국의 해군력을 분석할 때, 잘 살펴야 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국가라는 점이다. 사회주의국가에서 해군은 대체로 육군에 종속된 위치에 있으면서 연안 방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역시 1949년 건국 당시부터 연안 방어에 치중하며 지상군의 전략 아래서 해상전략을 구사했다.

<font color="#00847C">90년대 이후 러시아 기술 유입</font>

중국군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인해전술, 즉 ‘적을 인민의 바다에 익사시키는’ 전술을 중국 해군 역시 채택했다. 옛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함포 위주의 프리깃함과 디젤 잠수함, 미사일 고속정 등을 마구 찍어내 ‘인해전술의 해상 버전’을 달성하려 했다. 여기에 지대함미사일을 해안에 배치해 연안으로 침투하는 적을 방어했다. 하지만 1960년대 중-소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옛 소련의 지원이 중단됐다. 중국 해군은 독자적인 해군력 건설에 나섰으나 경험 부족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때 중국을 도운 것은 오히려 서방이었다. 1980년대 중국은 미국의 LM2500 가스터빈 엔진, 프랑스의 크로탈 함대공미사일, 해상작전 헬기, 전자장비 등을 획득하며 현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진 못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서방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것이다. 중국은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을 겪고 있던 러시아와 다시 손잡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러시아의 전투함과 조선 기술이 유입됐다. 중국 내에서 건조되는 함정들 역시 함포 위주에서 벗어나 대함미사일과 전자장비를 갖추는 등 해군력 현대화 작업이 진행됐다.

중국 해군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놓은 사건은 1996년 3월에 벌어진 대만 사태였다. 대만이 ‘중국과 관계없는 정치적인 독립’을 시도하자 중국은 M9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상륙훈련을 하는 등 대만 해협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저지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항공모함 니미츠와 인디펜던스, 탄도미사일 추적 능력을 갖춘 이지스 순양함 2척 등을 파견해 중국의 무력시위를 저지했다. 중국 해군은 “미국의 행위는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지만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만다.

당시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중국 해군과 당 수뇌부 간에 미 해군의 조처에 대한 대응을 놓고 격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 수뇌부는 해군 쪽에 “필요하다면 미 해군을 무력으로 격퇴하라”고 요구했으나, 중국 해군은 미 해군과의 전력 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며 ‘무모한 짓’을 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의 해군 장교들은 중국 공산당의 명령에 “우리보고 마이크 타이슨을 때리고 오라는 거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1996년 3월 대만 사태는 미 해군의 개입에 의해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지위에 상처가 난 사건이었지만, 중국 공산당 수뇌부가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대만 사태가 수습된 직후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대책회의에서 중국 해군은 당 수뇌부에 미국의 핵항모에 맞설 수 있는 항공모함 전단의 창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때부터 미 항모 전단에 맞설 중국 해군의 항모 전단 창설을 위한 항모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됐고, 동시에 전투함과 해군 항공대 전투기의 급속한 현대화가 시작된다.

지난 4월23일 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를 항해하는 중국 잠수함. REUTERS/ GUANG NIU

지난 4월23일 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를 항해하는 중국 잠수함. REUTERS/ GUANG NIU

<font color="#C21A8D">실물 크기 항공모함 모형 만들어</font>

중국 해군의 항모 도입 계획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러시아의 쿠즈네초프급 항모 2번함 바리야그 도입이다. 바리야그는 1988년 우크라이나의 니콜라예프 조선소에서 건조가 시작된 항모로,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미완성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8년 상업적 용도를 조건으로 중국에 매각됐다. 당시 터키가 바리야그의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를 거부하는 바람에 중국이 이 항모를 받은 것은 2002년 3월이었다.

이후 바리야그는 다롄항에 방치돼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중국이 바리야그를 상업용이 아닌 항공모함으로 다시 개조하는 공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리야그의 엔진과 관련 장비, 전기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고, 절단된 케이블이나 파이프도 재생이 쉬운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 여기에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니콜라예프 조선소로부터 바리야그의 설계자료와 기술도면, 설계도를 모두 구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리야그가 2010년대 중반 중국 해군의 항모로 취역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콘크리트로 된 실물 크기의 항공모함 모형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의 는 2009년 10월19일 후베이성 우한시에 만들어진 거대한 항공모함 모형 사진을 공개하고 “이는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 프로젝트가 성숙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갑판과 지휘탑 등 주요 외관이 완성 단계에 있는 항공모함 모형은 마치 대형 건물처럼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실제 항공모함 제작에 앞서 레이더망 조정, 배선장치 설계 등 다양한 실험을 하기 위해 항공모함 모형을 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의 항모 보유와 관련된 관측이 계속 나오자 중국 정부 관계자가 입장을 밝혔다. 전 국방대학 부정치위원 리잔런 중장은 2009년 3월9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마땅히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하지만 그 시기는 상황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건만 성숙되면 언제든지 항모를 건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96년 3월 대만 사태 이후 중국 해군은 미 해군에 비해 열세인 수상 전투함 전력을 증강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대응책도 고심해왔다. 그 결과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대함 탄도미사일(ASBM)이다. 지난해 8월 발간된 미 해군정보국(ONI)의 ‘중국 해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조만간 사거리 1500km급의 ASBM을 실전 배치할 것이며 ASBM이 실전 배치되면 태평양에서 활동하는 미 항공모함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500km급 ASBM은 육지의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발사되며 특히 미국의 항모 전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미 해군정보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미완성 항모 바리야그를 구입해 개조 중이다. 바리야그와 같은 모델인 러시아의 쿠즈네초프 항모.

중국은 미완성 항모 바리야그를 구입해 개조 중이다. 바리야그와 같은 모델인 러시아의 쿠즈네초프 항모.

<font color="#008ABD">ASBM 배치되면 미 항모 움직임 제약</font>

ASBM은 사거리가 길고 속도가 극초음속대 이상인데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기 때문에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투함들은 제 위치의 상공, 즉 갑판 위 하늘을 관측하기 힘들다. 포물선을 그리는 ASBM의 표적이 되면, 근처 다른 방공함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현재 미 해군의 항공모함 11척 가운데 5척이 태평양 지역에 기지를 두고 중국 인근 국제수역에서 자유롭게 기동하고 있지만, 중국이 ASBM을 실전 배치할 경우 작전에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본래 ASBM은 냉전 시절 미국과 옛 소련이 비용 등을 고려해 상호 개발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무기체제다. 중국이 이를 실전 배치할 경우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 대한 군사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해군은 항모 건조,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과 함께 항모를 호위할 신형 구축함, 프리깃함, 원자력 잠수함, 재래식 잠수함 등의 건조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잠수함은 제해권 장악에 필수적이고,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기 때문에 중국 해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2004년 7월 진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094진(晋)급 전략원잠은 사거리 4천 해리의 JL2 탄도미사일을 장착해 중국 근해에서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095급 공격원잠은 기존의 한(漢)급 공격원잠이 ‘바다의 경운기’라 불릴 정도로 소음이 심했던 것에 비해 그 성능이 월등히 향상된 잠수함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손원일함과 비슷한 공기불요장치(AIP)를 갖춘 원(元)급 재래식 잠수함도 건조 중이다.

중국 해군의 이런 움직임은 태평양의 재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 해군과 인접국 일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바다에 국가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으로서는 자국의 해양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의 존재를 달가워할 리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통로를 감시하며 중국 해군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 4월27일 중국 관영 의 자매지인 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군이 태평양·인도양 등 대양으로 진출하는 길은 서해의 1곳과 동중국해 4곳, 남중국해 4곳 등 총 9곳이지만 현실적으로 사용하는 길은 3~4개 항로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미국과 일본의 레이더와 헬기, 감청 시스템 등을 통해 동선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해군 관계자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대양으로 향하는 바닷길은 중국 해군의 생명선으로,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압록강 해전에서의 패배를 또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중국 구축함 ‘하얼빈’. 〈디앤디포커스〉 제공

2008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중국 구축함 ‘하얼빈’. 〈디앤디포커스〉 제공

<font color="#A341B1">한-미 합동 훈련을 대양 진출 봉쇄로 인식</font>

바로 여기에 지난 7월8일 중국이 서해에서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유가 숨어 있다. 중국 해군의 주력부대가 집결해 있는 발해만의 북해함대 소속 함정이 대양으로 진출하려면 서해를 지나야 하는데, 산둥반도와 가까운 경기 평택 인근까지 미 함대가 북상할 경우 중국 해군은 ‘좁디좁은’ 발해만 안에 갇히게 된다. 이는 곧 중국의 대양 진출이 봉쇄됨을 의미한다. 1996년 대만 사태로 미 항모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알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 항모가 서해로 전개되는 일을 국가 안보 위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해군은 대양 진출과 미국 견제를 위해 해군력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의 해군력과 대양 진출 의지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해군의 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국내 기술이 부족해 도입한 러시아의 기술은 1980~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 해군의 독자적 역량도 미흡해 핵잠수함 4종, 재래식 잠수함 6종, 구축함 8종, 프리깃함과 상륙함은 각각 7종, 군수지원함은 9종을 보유하는 등 함정의 체계성·통일성도 부족하다. 이는 독자적 전력 소요에 따른 단계적 현대화보다는 주요 장비 및 무기체계의 해외 도입을 통한 역설계 방식을 택하면서 무분별하게 전력을 증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중국 해군이 독자적인 전력 증강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간다면, 미 항모 전단이 동아시아 국제수역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용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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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fas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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