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심화될수록 학생들은 파편화된다. 저마다의 궁극은 취업이다. 전북 전주의 한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이준혁(21)씨는 입학 뒤 곧바로 ‘랩실’(연구실)에 들어갔다. 선배들은 한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그러나 어느 기업이 교수에게 학생 2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다음날부터 연구실 분위기는 변했다. 선배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사이가 벌어졌다. 결국 교수는 3명을 추천했지만 2명만 취직이 됐다. 한 명은 연구실로 되돌아왔다. 취직한 선배들은 이후 학교에 오지 않았다.
경북대 공과대에 재학 중인 김수연(23·가명)씨는 하루 일과의 8할을 취업 준비에 쓴다. 4학년 1학기, 번듯한 스펙이 없는 게 부끄러워 공부도 혼자, 학원도 혼자 다닌다. 아침 6시 도서관에 자리를 잡는다. 수업 사이 공강 시간에도 도서관으로 간다. 밤 10시가 돼서야 막차를 타고 귀가한다. 지난 학기엔 일주일 가운데 닷새 동안 혼자 점심·저녁을 먹었다. 가만히 따져봤다. 하루 평균 9시간이 혼자였다.
취업은 그에게 지상 과제다. 시험 기간에 중요한 ‘족보’는 따로 챙긴다. 친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친구가 공모전에서 상을 받거나 외국에라도 나가게 되면 샘부터 난다. 모두 스펙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친구한테 만나자고 연락하면 ‘잉여인간’ 취급을 한다”며 “성공하려면 이런 감정 소비도 사치”라고 말한다. 그는 “피 터지는 경쟁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항상 혼자’인 김씨는 혼자가 아니다. 경북대 100명 가운데 33명이 지난 학기 공강 시간에 주로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10개 대학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효응답자 903명 가운데 241명이 같은 답을 줬다. 지난 학기 한 주 5일 동안 점심·저녁 식사를 혼자 해결한 횟수를 묻는 질문에 유효응답 982명 가운데 117명(12%)이 5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경북대생은 이런 이유들을 적었다. “저녁은 하숙집에서 해결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이런 대답도 있다. “아무도 안 먹어줘서.” “친구가 없어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는 1명”아주대 2학년생인 이승현(22)씨는 자연대 학생회 부회장이다. 학생회에 한 해 10여 명이 들어오면 3~4명이 중도에 그만두고 나간다. 총학생회 주최로 행사를 열면 학교 전체 인원 중 10분의 1만 참석한다. 학생회 친구 중엔 약학전문대학원·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이도 있다. 선배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씨는 “학생회 활동조차 스펙의 일종의 되었다”며 씁쓸해했다. 10개 대학 공동 설문조사의 전체 응답자 978명 가운데 308명(31.5%)은 학점과 무관한 기부·봉사 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10명 가운데 3명꼴이다.
안양대에 재학 중인 김영호(21·가명)씨도 혼자 공부한다. 이제 겨우 2학년이다. “조별 과제와 개인 과제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조건 개인 과제를 고르겠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몇 명인지 물었다. “1명”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이승빈 편집국장
김태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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