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무조사·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입·언론중재 대상에 포털 포함…인터넷 UCC에 어른거리는 권력의 그림자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표지이야기 2부-요동치는 정치권]
“네이버는 평정됐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의 석종훈 사장과는 이야기가 잘되는데, 밑의 사람들이 안 따르는 것 같다.”
대선 열기가 한창 뜨거워지던 지난해 10월, 인터넷 뉴스 사이트 ‘빅뉴스’의 변희재 대표는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뉴미디어분과 간사(18대 국회의원 당선)가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의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칼럼은 진성호 간사와 다른 참석자들의 부인 속에서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혐의를 썼고, 발언의 진위 논란은 물밑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 ‘유령’은 5월22일부터 시작된, 포털 다음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함께 부활하고 있다. 아니,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는 더 많은 시도들로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의 갈무리 화면. 정부 부처는 아고라를 ‘광우병 쇠고기 파동의 진원지’로 꼽는다. 촛불집회의 상징이 된 ‘소녀 부대’부터 5월29일 광화문에 등장한 ‘유모차 부대’와 ‘형님(예비군) 부대’까지 촛불집회의 자발적 참여 방식이 제안되고 실천되는 곳이 아고라다.
‘독도 괴담’ 꼼꼼히 추적한 외교부
‘광우병 정국’의 진원지로 불리는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영향력 높은 사이버 공간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자문사 우선협상 대상자이던 미국계 금융사 골드만삭스의 자격 논란이 시작된 곳이 바로 아고라였다. 산업은행은 쏟아지는 항의와 불거지는 의혹에 결국 골드만삭스의 자격을 취소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의료보험 민영화와 상수도·가스 민영화 계획이 (당분간은) 없다’고 거듭 밝히는 것도 다음 아고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아고라에 누리꾼들이 집중되면서, 다음은 뉴스 서비스 조회 수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덩달아 누리고 있다. 네이버 뉴스에 줄곧 밀리던 미디어다음의 페이지뷰(인터넷 페이지 조회 수)는 지난 4월28일을 기점으로 역전됐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해제된 직후(4월18일)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5월 들어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뉴스 서비스의 조회 수는 사회적 영향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이런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 입수한 외교통상부의 문건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외교통상부는 5월 중순 이명박 정부가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기로 했다는 이른바 ‘독도 괴담’이 인터넷에서 형성된 경위와 과정,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평가까지 완결하는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문건의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 독도 괴담 사례’ 부분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생산과 흐름을 꼼꼼히 추적하고 있다. 외교부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독도 괴담은 5월3일에 처음 등장한다. 쥬니버 지식인에 ‘이명박 독도 포기?’라는 글이 5월3일 처음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 질문엔 3052건의 답변이 달렸고, 조회 수도 44만3704건에 달했다. 같은 날 작성된 ‘이명박 독도 포기했다는 게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선 922건의 답변이 달렸다. 조회 수도 31만1356건에 이르렀다. 외교부는 이 괴담은 가 4월19일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독도와 동해 표기가 사라졌다’고 보도한 것과 권철현 주일대사가 같은 날 “독도와 교과서 문제는 일본 쪽에서 다소 도발하더라도 호주머니에 넣고 드러내지 말자”고 말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부는 이 괴담이 5월3일부터 7일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지만, 그 이후 일단락됐다고 보고했다. 중요한 것은 괴담의 유포 경위인데, “괴담의 근거가 되는 내용이 발생한 시점과 괴담이 시작된 시점에 시차가 존재하고, 괴담 유포 시점이 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된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치적으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유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부는 결론지었다. 외교부는 또한 “다음의 아고라에 ‘이명박 정부의 독도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토론글이 등장했다”며 “아고라 토론방은 쇠고기 문제를 다룬 글이 대부분이나 독도 문제가 부각될 경우에는 폭발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런 가운데 5월28일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방송 프로그램은 사후 심의를 해도 무리가 없지만, 인터넷은 확산 속도가 빨라서 매일 모니터링하고 즉시 심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도 뉴스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시대”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이 미뤄진 채 두어 달 표류하는 동안 인터넷 심의만 6천여 건이 밀려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그 말을 곧바로 실천했다. 이날 곧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포털 다음에 개설된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특정 게시글에 대해 ‘언어순화 및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를 결정했다. 위원회가 문제 삼은 게시물은 지난 3일 올라온 ‘이명박 아주 지능형입니다’(cafe.daum.net/antimb/K1Aa/167)란 제목의 글이다(5월29일 현재까지 이 글은 제목이나 내용의 변경 없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
이에 앞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차관은 5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 매체도 언론중재법 대상으로 넣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단 문화부가 언론중재 대상으로 삼는 분야는 포털로 서비스되는 각 언론사들의 뉴스에 한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기홍 문화부 미디어정책관은 “포털은 어떤 언론사의 어떤 뉴스를 노출시킬 것인가에 대한 배열권을 가지고 있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봐야 한다”며 “포털을 언론중재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 때부터 검토하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부의 실무자도 “현재 법안을 검토 중인 단계이지만, 언론사와 계약을 통해 뉴스를 매개하는 것만을 언론중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부는 포털을 신문법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이 생길 것”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포털은 젊은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이고 기존 언론매체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데 이를 한데 묶어서 통제하려는 것은, 결국 이명박 정부가 언론통제를 통해 문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나 개인들이 작성한 블로그, 그리고 뉴스 아래에 쓴 댓글 등은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화부 실무자는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라 있는 글 중에서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이용촉진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까지 언론중재 대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강화를 비롯해 최근 정부가 보이는 일련의 태도에선 사회적 이슈의 진원지가 되는 각종 사용자제작콘텐츠(UCC)에 대한 ‘규제’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의 미디어 담당 채은하 기자는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정책이 자유로운 토론의 촉진보다는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하지만 다음 아고라와 같은 공간이 막힌다고 해도, 자유로운 토론의 경험과 이를 통한 여론의 형성을 체험해본 누리꾼들은 다른 해외 사이트에서라도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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