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세계 교통 관련 사업 분석해보니… 비용 적게 평가되고 예상 편익 크게 평가되는 정보 왜곡 현상 </font>
▣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font color="#C12D84"> [한반도 대운하- 3부 미래] </font>
‘한반도 대운하’와 유사한 거대 기반시설 프로젝트(철도, 도로, 항만, 터널, 댐, 대형 경기장 등)들이 과거에 어떤 식으로 입안되고 계획되고 실행됐는지를 살펴 교훈을 얻는 것도 대운하의 타당성을 따지는 한 방법이다. 마침 이런 비교 검토를 하기에 적합한 연구 성과가 최근에 나와 있다.
10건 중 9건 비용 초과
덴마크 올보르대학의 벤트 플뤼브예르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세계에서 1927∼98년에 완료된 총 258건의 대형 프로젝트(교량, 터널, 고가도로, 고속도로, 고속철, 도시철도 등)를 분석해, 계획 단계에서 예상된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완공 뒤 과연 얼마나 들어맞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계획 단계에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실제보다 적게 평가되고 그로부터 얻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은 크게 평가되는 체계적인 정보 왜곡 현상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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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보면, 프로젝트 10건 중 9건에서 실제 비용이 애초 예상한 금액을 초과했고, 이런 초과지출은 5개 대륙에 걸친 20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으며, 이런 문제점은 조사 대상 기간인 70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됐다. 평균적으로 볼 때 철도는 44.7%, 교량과 터널은 33.8%, 도로는 20.4%의 초과지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의 편익을 지나치게 크게 평가하는 경향도 마찬가지였다. 단적인 예가 완공 시점의 교통 수요 예측에서 드러나는데, 철도 프로젝트의 경우 10건 중 8건, 도로 프로젝트의 경우 절반가량이 애초의 수요 예측이 20% 이상 빗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편익의 과대평가 역시 5개 대륙에 걸친 14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 기간인 30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빅 딕’(Big Dig)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공학의 신기원’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미국 보스턴시의 ‘중앙간선도로·터널 프로젝트’는 비용이 275% 초과지출돼 110억달러가 추가로 들었다. 개통 이후에도 부실공사로 인해 추가 지출이 잇따랐고, 보스턴시 정부가 초과지출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건설업체를 고소함으로써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미국 덴버시 국제공항 건설에는 애초 5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그 3배 가까운 비용이 들었고,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 공사에도 건설비는 80%, 금융 조달에는 140%의 초과지출이 발생했다. 타이 방콕시가 20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도시철도 시스템 스카이트레인은 이용객 수가 애초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쳐 거대한 역사들이 텅텅 비고 객차들이 차고에서 잠자는 웃지 못할 사태가 빚어졌다. 덴버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와 코펜하겐 지하철, 샤넬터널 등도 모두 과장된 수요 예측으로 피해를 입었다.
국가 재정에 심각한 영향 끼치기도
이처럼 잘못된 비용 산출과 수요 예측은 많은 경우 재정 파탄으로 이어졌고, 규모가 거대한 일부 사례들에서는 해당 지자체나 국가가 재정적 곤란을 겪는 사태로 이어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경기장 건설 비용이 10억달러 이상 초과지출된 그리스는 국가 신용등급에까지 영향을 받았고, 총 200억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1998년 문을 연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은 수요 예측이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홍콩 정부에 심각한 재정난을 안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비용 과소평가와 편익 과대평가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플뤼브예르그 교수팀은 정치권이나 개발업자들의 압력에 따른 ‘노골적인 거짓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계획 단계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정치권과 개발업자의 요구에 맞춰 예측치를 수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프로젝트는 ‘최상의 계획’이 아니라 ‘서류상 최상으로 보이는 계획’이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서류상 최상으로 보이는 계획’은 ‘비용을 가장 많이 과소평가하고 편익을 가장 많이 과대평가한 계획’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실제로는 건설과 운영 단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최악의 프로젝트가 선정되는 역설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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