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과 적도에 이어 남극으로, 죽음의 질주를 고발하는 ‘지구 종단 3부작’ 마지막편
▣ 글 남종영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06년 8월 북극에서 시작했다. 보퍼트해 북극곰은 굶주려 서로 잡아먹고, 알래스카의 유목민족 그위친족은 매년 오던 순록이 안 보인다며 하늘을 쳐다봤다. 2007년 2월, 점점 차오르는 바닷물을 두려워하던 적도의 투발루 사람들은 급기야 사상 최대의 물난리를 겪었다.
지구의 무언가가 변하고 있었다. 불량 연료로 가는 차처럼 지구는 덜덜거렸고, 지구에 사는 동식물은 이상 행동을 보이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변화에 대해 푸념해댔다. 이 지구촌의 이상 증상을 추적하는 동안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고장난 지구의 원인을 진단했다. 진찰 결과는 대충 이런 것이었다.
“심한 고열증이에요. 지구라는 자동차를 탄 승객들이 너무 많은 석유를 썼고, 그 결과 대기 중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등)가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습니다.”
가장 차가운 남극은 이런 뜨거운 재앙의 전조처럼 느껴졌다. 해수면 상승을 가두고 있는 ‘민물의 댐’ 남극 빙하는 눈에 띌 정도로 사라지고, 남극의 마스코트 펭귄은 멸종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12월15일, 따뜻해진 기온으로 예년보다 많은 눈이 내린 남극반도 킹조지섬을 걸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25년 동안 전체 종의 65%가 사라진 아델리펭귄이 바다에서 뛰쳐나오더니 길을 막았다. 그리고 인간에게 물었다.
“당신 이제 액셀을 뗄 때가 되지 않았나요?”
북극과 적도에 이어 남극에 다녀왔다. 지구온난화를 다룬 ‘지구 종단 3부작’은 이번호로 마치지만, 아쉽게도 변한 건 많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반대하고 있고, 한국 사회는 석유 탐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펭귄이 지구의 운전수인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죽음의 질주를 언제 그만둘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