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박근혜·이회창이라는 세 가지 위기 요인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사면초가 상황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세론이 한순간에 꺾일 것이라는, 이른바 ‘이명박 위기설’은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됐다. 올 초 ‘3월 위기설’을 시작으로 9월이면 9월 위기설, 10월이면 10월 위기설이 흘러나왔다.
박근혜 끌어안기, 발등의 불
그리고 11월이 됐고, 언론은 어김없이 ‘11월 위기설’을 꺼냈다. 그동안 숱한 위기설을 손쉽게 뛰어넘은 것처럼, 이 후보는 11월 위기설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11월 위기설의 성격이 과거의 그것들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선 위기 요인이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이다. 이 후보 쪽에서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11월8일 국회에서 만난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은 보름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의 승패는 사실상 이 기간에 판가름 난다고 본다. BBK 사건과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 그리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데, 문제는 이명박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에 이 후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다. 이 후보 쪽에는 박 전 대표와의 화합 문제에 대한 두 개의 시각이 공존했다.
하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정점으로 하는 강경파였다. 이쪽은 박 전 대표와의 화합에 무리하게 전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고집했다. 다른 한쪽의 주장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범보수 진영을 폭넓게 아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주로 원로그룹 일각의 의견이었다.
11월8일 이 전 최고위원이 물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 쪽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세를 얻는 형국이었다. 50% 안팎을 넘나드는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믿는 구석’이었다. 이같은 기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와 함께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를 끌어안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문제는 박 전 대표를 어떻게 달래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박근혜 끌어안기’를 위한 시도는 이명박 후보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후보 쪽에서는 최대한 ‘진정성’을 보이며 감성적 호소에 나서는 한편, 당 차원에서는 박 전 대표 쪽에 대한 ‘갈라치기’와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우선 이 후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이재오 카드’를 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박 전 대표 쪽에서는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최고위원은 사퇴 성명서 초안에서 ‘나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박 전 대표와 그 추종 세력들에게 조건을 풀어주고자 한다’고 썼다. 또한 ‘(박 전 대표는)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상근도 하면서 각급 필승 결의대회에 흔쾌한 마음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문제는 초안에 나타난 일부 표현이었다. 졸지에 ’추종세력’으로 전락한 박 전 대표 쪽 일부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당부도 박 전 대표 쪽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고 박 전 대표에게 다가가려 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쪽 의원 ‘강온파 갈라치기’
강재섭 대표 쪽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쪽 인사들도 구분을 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종의 ‘강온파 갈라치기’다. 강 대표 쪽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던 일부 의원들의 이야기를 계속 ‘박 전 대표 쪽 입장’이라고 받아쓰고 있다”며 “이들과 박 전 대표 본인, 혹은 다수의 박 전 대표 쪽 의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이혜훈 의원의 경우 이 후보에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같은 박 전 대표 쪽 인사들이라고 해도 김무성 최고위원이나 김재원, 유정복, 최경환 의원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이라는 것이 강 대표 쪽의 시각이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의원들이야 차기 총선에서 자신들의 공천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이겠지만, 박 전 대표 본인의 생각은 이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깨끗하게 경선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도 이 후보 쪽이 자신을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 처지에서는 박 전 대표 쪽의 태도가 의원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엇갈리는데다, 박 전 대표 본인의 심중을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대응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당 안팎에서 관측하는 것처럼 박 전 대표 본인이 당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쪽에 선뜻 당권을 건네고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당권-대권 분리의 원칙은 이미 당헌에 나와 있다”며 “박 전 대표 쪽이 당권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그쪽의 일부 의원들이 (당권이나 공천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나 한나라당 차원의 노력과는 별개로 박 전 대표가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검찰의 BBK 사건 수사가 관건이다.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을 볼 때 의혹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후보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안팎의 일반적 분석이다.
박 전 대표가 원칙과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당 밖에 있는 이회창 전 총재를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만약 BBK 사건으로 이 후보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비록 중요하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주인으로서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대원칙은 경선 승복보다 우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BBK 사건 해결돼야 박근혜도…
‘이회창’이라는 돌발변수를 맞닥뜨린 이명박 후보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BBK 사건이 명쾌한 결론을 얻기 전까지는 박 전 대표의 손을 살짝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껴안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이명박 11월 위기설’ 속에는 BBK와 박근혜, 그리고 이회창이라는 세 위기 요인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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