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가 본 월드컵…숫적으로 절대 열세가 예상되는 독일 경기장… 유럽 관중의 응원을 압도하기 위해 대학로에서 ‘투혼’을 되새긴다
▣ 신동민 붉은악마 고문
1990년대 중반, 처음 ‘축구 서포터’라는 낯선 취미를 갖게 됐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외국으로 원정 응원을 다니는 유럽과 일본의 축구 서포터를 방송을 통해 보면서 “우리도 해외에 나가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설렘 속에 독일행을 기다기고 있다. 여름휴가를 6월로 당기고 몇 달 동안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유럽까지 날아가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려움은 금세 잊혀진다. 외국 경기장에서 경기 전후 그리고 경기 중에 선수단과 응원단이 나누는 묘한 교감을 떠올리면 벌써 흥분이 된다.
터키 축구팬의 응원은 큰 힘
붉은악마, 독일 교민, 유학생 등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대표팀을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예선 3경기 모두 경기장에서 한국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서포터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에 몸담고 있는 외국 선수가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해당 국가를 열렬히 응원하곤 한다. 토고 선수들 중 상당수가 프랑스 클럽에 몸담고 있는데, 해당 클럽의 서포터들은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와 토고 선수들을 응원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응원단과 스위스 응원단 역시 대거 독일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최소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들은 하루만 쉬면 경기장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경기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네덜란드, 벨기에 경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험상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응원단이 5천 명이 넘지 않으면 경기장 안에서 응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응원 소리가 선수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온 국민의 응원 속에 기세를 탔던 2002년과는 완전히 딴판인 것이다.
붉은악마 300명에 현지 교민 등을 합쳐 한국 응원단이 3천~4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붉은악마는 소리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짧은 구호 위주의 응원을 펼칠 계획이다. 응원단 규모가 열세일 때는 합창은 큰 효과가 없다. 게다가 안전을 이유로 북, 꽹과리 등의 경기장 반입이 금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04년 5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축구 예선전에서도 붉은악마는 100여 명에 불과한 응원단으로 4만 명이 넘는 홈 팬의 응원을 압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강력한 구호로 우리의 염원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를 만나 접전 끝에 본선 진출에 실패한 터키의 축구팬이 한국을 응원한다는 점은 다행이다. 특히 독일에는 터키계 이민자가 많아 공동 응원도 가능할 것 같다.
불이 꺼지지 않는 축구 쉼터
세계적인 축제를 앞두고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크다. 우리 대표팀은 본선 참가 32개국 중 유일하게 장기 해외훈련을 했다. 그리고 아드보카트라는 훌륭한 감독을 선임해서 천만다행이지만, 본프레레 감독 사임 이후에 또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지금 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표팀의 승리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지를 생각한다면, 대표팀은 물론 붉은악마도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서울 대학로의 붉은악마 축구 쉼터에 매일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끝으로 선수들이 그들의 유니폼에 새겨졌다는 ‘투혼’의 의미를 되새기며 최선을 다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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