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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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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려나, 낭랑18세

등록 2006-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의무는 어른들과 똑같이 지는데 왜 참정권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안되는가… 선거 연령 낮아지면 청소년들도 성숙한 정치의식 갖고 정책을 변화시킬 것

▣ 김효선 한국YMCA ‘18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낭랑포럼’ 대표

정치가 뭔지 경제가 뭔지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던 나. 선거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치 수업시간 때문이었다. 선생님께서 학생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진다면 교육제도가 많이 바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아~ 정말’ 하고 공감했다. 학교 안에 있는 사람은 우리인데 정작 입시제도를 결정하거나 모든 일에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은 어른들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매년 힘겹게 적응하기 바쁘다. 주인이 참여하지 못한 일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19세 선거권도 급하게 결정된 것

어른들은 청소년의 판단이 미성숙해서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판단이 미성숙하고 성숙한 기준은 뭘까?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어른들도 많고 반대로 신문이나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정치·경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도 많다. 이 청소년들은 생각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조금씩 배우면서 능숙해질 수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참정권이 없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여볼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결혼도 할 수 있고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 그리고 노동의 의무도 있다. 그런데 왜 참정권만은 어리다는 이유로 가질 수 없다는 말인가. 청소년은 공부나 하라는 말은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성인이 되어 무턱대고 선거를 할 때, 더 많은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교육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끌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비록 지금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19세로 낮아졌지만 많이 아쉽다. 이 또한 급하게 결정된 것 같아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18세로 참정권 연령이 낮아지면 앞으로 정책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어른들이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청소년의 목소리에 한 번이라도 더 귀기울여줄 것이다.

내가 지금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한 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다. 노인을 위한 정책, 청소년을 위한 정책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약을 내세운 사람에게 한 표를 주겠다. 또 선거운동을 하는 한때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런 일들을 해온 사람을 뽑고 싶다. 아직까지 그런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 하루빨리 우리도 투표권을 갖고 싶다!

지방선거에서 19세들이 뭔가 보여줘야

18세 참정권 확보를 위한 포럼에 참여하면서 어른들의 인식이 많이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길거리 캠페인을 하면서 전단지를 나눠줄 때였다. 갑자기 버럭 화까지 내면서 “어린 것들이 뭘 하냐”고 말하는 분들이 계셨다. 정말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전달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적극적으로 주장을 해야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가 참정권만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권리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주인 된 한 표도 성실히 행사할 것이다. 5월31일 지방선거는 처음 투표하는 19세들이 제대로 참여하고 무언가 보여줘야 할 중요한 기회가 아닌가 싶다. 무조건 무시한다고 되레 어른들을 비판하기보다 왜 그런 인식을 갖게 됐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도 정치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청소년들도 선거권을 갖고 있는 외국의 청소년들 못지않게 성숙한 정치의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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