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인 독일의 안나 뤼어만이 한국의 젊은 벗들에게… 기성세대보다 경험과 지식이 적을진 몰라도 우리는 정치의 신선한 공기
▣ 안나 뤼어만 세계 최연소 독일 국회의원
▣ 정리·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한국의 젊은이(만 19살)들이 처음으로 선거라는 정치적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돼 반갑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맞아, 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면서 여러분을 격려하고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불평하지 말고 행동하라”
독일의 젊은 의원이 쓴 편지를 받았을 때,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저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아마 어떤 분들은 실제 제 모습과 다른 이미지를 상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아참, 먼저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안나 뤼어만입니다. 22살의 젊은 독일 여성이고, 전문 정치인으로서 3년 이상 활동해왔습니다. 저는 2002년 9월 독일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요. 당시 제 나이는 19살로 전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회의원이 되었답니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제가 의원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시죠? 제가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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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녹색당에는 여성에게 50% 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해주는 쿼터제도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선거권 연령을 만 19살로, 피선거권 연령을 만 25살로 제한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선거권은 물론 피선거권 연령이 18살이었기 때문에 저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제도적 조건이 있었기에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전 오래전부터 비정부기구(NGO)와 녹생당에서 정치적 활동을 해왔답니다. 그런 경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 뽑일 수 있었죠.
전 10살 때 이미 (정치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속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환경단체 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제 생각들을 펼쳐나갔지요. 그때부터 제 좌우명은 “당신을 괴롭히는 것에 불평하지 말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라!”가 됐습니다. 당시 경험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하고 일하면서 공적인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세계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저와 제 친구들은 학교 지붕에 태양전지(태양의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돈을 모았고, 실제로 태양전지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활동들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활동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이렇게 개개인에게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는 것도 모든 사람이 같이 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파괴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국가 예산이나 보조금제도와 같은 훨씬 더 복잡한 이슈들에 대해 일반 사람들보다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매일 젊은 세대를 대변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전히 젊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들과 같은 정치적 영향력을 갖지 못합니다. 세상 인구의 절반이 다른 절반보다 정치적 기회와 영향력을 적게 가지다니! 그것은 공정하지 못해요!
관점 전환은 21세기의 핵심
특히 시민사회에서 젊은이들은 과소평가되거나 정치에서 우리의 이익은 종종 무시되고 있지요. 더 심각한 것은 젊은 세대의 요구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의사 결정과 주장으로 침해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구성원으로서 전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세대 간 평등권을 보장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의사 결정을 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도록 젊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요.
먼저, 우리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회 대표가 됐습니다! 민주주의 의회는 다양성과 사회 구조 속에서 전체 사회를 대변해야 합니다. 왜 우리가 (정치에서) 배제돼야 하나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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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성세대가 더 현명하고, 일을 더 잘하고, 삶의 경험도 더 풍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런 기성세대의 특징은 젊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젊은 사람들은 다른 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특정한 문제들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또 제 경험에서 비춰볼 때 정치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참여는 다른 많은 긍정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 결정 경험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기성세대에 비해 수구적이지 않고 잘못된 정치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며, 더 나아가 신선한 관점과 사고는 정치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은 21세기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인 해결 방법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좋은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젊은 여러분들이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고 젊은이들의 인식과 대우 변화에 관심을 갖는다면, 기성세대에게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투표, 우리를 증명하는 길
그것은 곧 당신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젊은이들이 통합과 정치 현장에서 청년들의 신선한 생각은 자산으로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런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먼저 같은 목적을 지닌 젊은 사람들이 단체를 조직하고 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다음 행동으로 들어가 기성세대에게 여러분의 힘과 능력을 보여주고 여러분의 생각이 진지하고 중요한 것임을 증명한다면, 기성세대도 여러분을 존경할 것이고 청년들에 대한 믿음도 커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명언으로 편지를 맺으려고 합니다. “싸우는 자는 질 수도 있지만, 싸움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십시오!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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