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국수주의’ 국기 경례를 거부하는 솔그룹 ‘윈디시티’ 리더 김반장
국익이 진실을 가리는 사회에서 음악계도 민족주의 정서를 건드리면 대박 터져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국기 경례(맹세)에 대한 결연한 거부는 아니더라도 평소에 국민의례를 할 때 딴청을 피우거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 ‘비애국자’들은 의외로 많다. 이들은 “나는 몸과 마음을 바칠 만큼 나라를 사랑할 깜냥도 없고, 더욱이 맹세는 섬뜩하다”고 말한다.
솔그룹 ‘윈디시티’의 리더인 김반장(31)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30일 <한겨레21>의 표지모델로 사진을 촬영하러 온 그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교인도 아닌 일반인 김반장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진보는 착각이 아닐까
국기 경례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까?
=어릴 적에 친구들 가족과 함께 서울 아세아극장으로 <서유기>를 보러 갔어요. 영화 시작 전에 애국가가 나올 때 다른 사람들은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는데, 전 그냥 앉아 있었어요. 그러니까 친구 아버지가 “넌 왜 안 하냐”며 뭐라 하시더군요. 집에 오면서 아버지가 그랬어요. 사람들이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는 게 좋다고.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도 국기강하식 때가 되면 막대기처럼 서 있을 때였으니까. 지금 보면 불쾌한 기억이었어요.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찬찬히 뜯어본 적이 있나요?
=문구가 너무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이에요. 요즈음엔 미국의 일방주의·제국주의가 이슈화됐지만, 우리 안에도 그런 게 있는 건 아닐까요? 국기에 대한 맹세가 바로 그걸 내면화했다고 봐요. ‘인류의 평등’을 위해 다짐했으면 몰라도.
국기에 대한 경례나 맹세를 하나요?
=하지 않아요. 음악을 하기 때문에 할 기회도 별로 없지요.
우리의 국가주의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황우석 사태는 국가주의적 훈육 체계의 폐단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닐까요? 며느리도 모르는 국익 때문에 진실이 가려졌잖아요. 줄기세포 유무가 초점이 아니라 국익을 지키는 게 관심사였잖아요. 전체의 맥락이 호도됐지요. 바로 그 근원은 국가주의였고요. 제 홈페이지에 그런 생각을 올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야, 그러다 몰매 맞는다”며 주위에서 만류해 못 올렸죠. 한참 있다가 다른 음악 사이트에 올렸는데, 악플이 얼마나 많이 달렸던지. 사회가 파편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공동체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2002년 월드컵 때 태극기를 보면 괜스레 눈물을 흘린다던지.
많은 생각이 들었겠네요.
=우리 사회가 진보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착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때에 “우리 쌀을 살려달라”며 외친 농민 2명이 죽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황우석을 두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었으니. 같은 논리라면 농민의 죽음에 대해서도 분개했어야 하는데. 국수주의의 모순이죠.
음악계도 국가주의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을 텐데요.
=음반을 낼 때에도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와 같은 정서를 건드리면 대박이지요. 내일 콘서트에서 일장기를 물어뜯을까? 하하. 그런 정서가 상업화되고 있죠. 그렇지만 그게 진정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고.
한국 음식은 자랑하고 싶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국가주의를 체내화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성향을 보일 때가 있을 텐데요. 외국에 나가서 삼성 간판 보면 자랑스럽지 않아요?
=하하. 이제 그렇지 않아요. 독일의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한국의 자랑스러운 기업이 삼성이면 바깥에서 바가지 새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고. 무노조 경영이 그 지역에서 문제가 됐잖아요. 옛날엔 반가웠지만 지금은 별 느낌 없어요. 오히려 수많은 세파를 뚫고 자리잡은 재일 조선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지요. 아, 자랑스러운 거요? 한국 음식은 자랑하고 싶어요.
국기에 대한 맹세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가 민주사회라면 반드시 폐지해야 돼요. 토론과 설득을 통해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건 당위만 말하고 있잖아요. 우리 아들딸이 이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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