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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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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도 검증도 처벌도 대~충

등록 2005-07-27 00:00 수정 2020-05-03 04:24

국회의장에게 겸직신고 해야 하나 처벌 조항 없어 유명무실
제대로 신고했는지 검증하는 규정이나 절차도 마련되지 않아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박수진 인턴기자 lenne21@freechal.com

국회의원들이 겸직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겸직신고 현황’(7월5일 현재)에 학교법인 신흥학원 이사장으로만 신고돼 있다. 그러나 <한겨레21>이 확인한 결과, 강 의원은 동두천관광호텔 대표로 등록돼 있고, 호텔에서 매달 500여만원의 급여와 법인 차량을 제공받았다. 강 의원쪽에서 국회사무처에 겸직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변동사항을 확인할 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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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은 제29조를 통해 “의원이 당선 전부터 다른 직을 가진 경우에는 임기 개시 뒤 1개월 내, 임기 중에 다른 직에 취임한 경우에는 취임 뒤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제9조는 “(국회의원은) 보수를 받고 있는 다른 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 그 기업체 또는 단체의 명칭과 임무 등을 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강 의원은 국회법과 의원 윤리규범에 따라 동두천관광호텔 대표직을 신고했어야 한다. 아무 탈이 없는 것은 신고 의무가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겸직신고를 불성실하게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겸직에서 물러난 경우에도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는다. 무소속 신국환 의원은 회계법인인 KPMG의 고문으로 돼 있으나, 회사쪽은 신 의원이 지난해 6월 사퇴했다고 확인해줬다. (주)마고기획 대표로 돼 있는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5월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돼 있다. 인일회계법인의 이사로 등재됐다가 지난해 5월 사임한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이다.

의원들이 겸직하고 있거나 겸직에서 물러난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서 겸직신고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신고를 제대로 안 해도 이에 따르는 제재 조항은 국회법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신고를 안 해도 처벌 조항은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상임위원의 직무 관련 영리행위를 금지”한 국회법 개정안(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발의)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직무 관련’의 범위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를 어겼을 경우 어떤 제재를 가한다는 규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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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관련성’ 개념 명확히 해야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현행 국회법이나 개정된 국회법 어디에도 의원들이 겸직을 제대로 신고했는지 검증하는 규정이나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또 국민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도 의원들이 겸직에 따르는 수입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를 감시할 수 없다. 현재 겸직신고 양식에서 겸직에 따른 수입은 국회사무처가 임의로 넣은 것에 불과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겸직 의원의 80~90%는 보수를 신고하지 않았다.

내년 6월부터 시행될 개정 국회법이 ‘일하는 국회, 깨끗한 국회’라는 목적을 이루려면 불성실 겸직신고와 겸직에 따른 처벌 조항을 분명히 마련해야 한다. 또 이를 검증할 독립적인 시스템을 국회에 둬야 한다. ‘직무관련성’이란 애매한 개념도 좀더 명확히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국민들을 향해 제 살을 도려내겠다고 하면서 눈속임만을 계속한다면 국회 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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