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사고 현장 주변 사람들이 공포를 정화하는 과정이라는 분석 많아
초자연적 현상을 섣불리 미신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font>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푸껫 귀신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사고, 부산 구포역 열차사고 등 대규모 재난 뒤에는 한참 동안 귀신 이야기가 떠돌았다.
“당시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에서 전경으로 근무하고 있었어요. 새벽에 방패 옆에서 졸고 있는데, ‘드르륵’ 소리에 눈을 떠보니 웬 아주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거예요. ‘이런 곳에서 웬 유모차?’라고 다시 눈을 붙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하 슈퍼 아주머니들이 카트를 끌고 다녔던 게 생각이 나는 거예요.”
삼풍에서 카트를 끌고 나타난 아주머니…
1994년 무려 510명이 숨진 삼풍백화점 주검 발굴 현장을 뜬눈으로 지켜본 홍진수(31)씨. 난생처음 삶과 죽음을 오가는 아수라장에서 악으로 버티며 귀신의 존재를 각인했다. 삼풍백화점 주변에서는 이후 귀신 때문에 삼풍백화점 근처의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돌았고,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쉬쉬했다는 말도 나왔다. 1993년 73명이 숨진 부산 구포역 열차사고 뒤에도 부산 시내에는 귀신 이야기가 떠돌았다. 21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 뒤에는, 숨진 무학여고 학생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다리 아래에서 들려왔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왜 대규모 재난이 터지고 나면,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생기는 걸까? ‘재난 귀신’이 정말로 있다고 가정한다면, 무속인 이효남씨의 설명은 이렇다.
“비명횡사한 귀신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해요. 저승사자가 데리러 왔다가 주검이 너무 더러워서 데려가질 않는 거지. 그래서 한을 품은 귀신들이 그곳에 정착하면서 계속 현생의 삶을 괴롭히는 거예요.”
그래서 무속인들은 이승에서 떠도는 영혼들을 편안히 저승에 보내는 천도제를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 문화에서 천도제는 일상화됐고, 우리나라도 억울한 죽음에는 천도제를 해주는 풍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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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라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에 있는 위험감지 조절 시스템인 청반핵이 고장나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평소에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거나 식은땀을 흘린다. 더불어 환각·환청을 경험하기도 한다. 월남전 참전자, 삼풍백화점 붕괴 피해자, 자살사고를 자주 목격하는 지하철 기관사들에게서 이 증상이 보고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공포의 극단을 겪은 사람에게서, 공포가 병적으로 일상화되는 현상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재난의 주변에 서 있던 사람은 귀신 이야기로 공포를 정화한다.
귀신 이야기를 나누며 공포에서 벗어난다
이상일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대형 재난이 터진 뒤에는 원초적인 공포의 감정이 피해 지점을 중심으로 일정한 지역과 시간까지 원형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때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징을 만드는데, 이게 바로 귀신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사람들은 귀신을 보고 귀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재난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이런 점에서 푸껫의 재난 귀신 증후군은 원초적인 자연(쓰나미)에 대한 공포를 정화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연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김영우 최면의학연구소장(신경정신과 전문의)은 귀신 경험을 섣불리 ‘미신’으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귀신을 본 사람을 많이 진찰해봤지만, 정작 심리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며 “물증은 없지만, 여러 사람이 보고 있는 이상 귀신 현상은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은 현대 과학의 빈 영역으로서 계속 탐구해야 할 대상이지, 얕은 지식으로 ‘있다’ ‘없다’를 쉬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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