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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꾸어쓰자

등록 2005-06-23 00:00 수정 2020-05-03 04:24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김호진씨
“자전거는 평등하다” 무료 중고장터를 여는 사람들의 마음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버려지는 자전거가 너무 많다. 멀쩡한데 버려지는 자전거도 많다. 자전거를 아껴쓰고, 나누어쓰고, 바꿔쓰는 ‘아나바다’ 정신은 자전거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기름때 묻은 장갑을 벗으며 악수를 건넸다. 토요일인 6월11일 오후, 경기 일산의 이주노동자인권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앞, 김호진씨는 땀을 흘리며 중고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친구들 회원인 김씨는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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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해 시작한 재활용 운동

‘GreenSoft’에서 기술이사인 그는 주말이면 자전거 수리에 나선다. 김씨는 “요즘엔 한달에 한두번도 잘 못한다”며 부끄러워했지만, 그의 능숙한 손놀림은 그의 이력을 말해준다.

그의 자전거 ‘아나바다’는 생활에서 출발했다. 두해 전 13만원을 들여 큰딸에게 자전거를 사주었지만 열흘 만에 그것을 잃어버렸다. 연년생 자녀가 셋. 앞으로 자전거를 사주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겠다 싶었다. 중고 자전거를 수리해 아들들에게 나눠주었다. 그것이 재활용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초,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의 바닥 공사를 하면서 버려진 자전거들을 수거하는 것을 보았다. 쓸 만한 자전거도 많았다.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수거된 자전거는 고물상으로 넘겨진다고 했다. 그는 그 자전거들을 수리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파주, 광탄, 일산 근교는 대부분 교통이 불편해 버스가 한 시간에 한번 오는 지역”이라며 “자전거를 타면 시간도 절약되고 운동도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아저씨들에게 부탁해 자전거를 수거해왔다. 그렇게 시작한 자전거 재활용이 1년6개월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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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수리에는 순서가 있다. 몸체를 닦고, 펑크를 때우고, 기어에 기름칠하고. 가까이 사는 회사 동료도 자주 도와주었다. 수리법은 인터넷에서 배웠다. 그래도 부족했다. 동네 자전거포 할아버지가 고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손이 익숙해지자 자전거 한대당 1~2시간이면 수리가 끝났다. 지금까지 50대 이상이 재활용됐다. 다시 태어난 자전거는 ‘아시아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재활용 가게인 ‘나눔꽃’에서 한대당 1만원을 받고 팔았다. 자신이 수리한 자전거를 이주노동자가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가슴 뿌듯하다. 그에게는 ‘동지’가 필요하다. 그는 “자전거를 고치는 일보다 자전거를 모으는 일이 더 힘들다”며 “폐기되는 자전거를 보면 꼭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일산 부근은 바로 달려가겠단다. 그리고 “자전거를 함께 고칠 분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도울 분은 그의 이메일(papafrog@green-soft.co.kr)로 연락하면 된다.

“가격 때문에 못 타는 사람 없어야”

온라인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재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웬만한 자전거 동호회에는 중고 자전거 매매장터가 마련돼 있다. 차석(30)씨는 지난 5월 말 자전거 무료 중고장터 바이크셀(bikesell.co.kr)을 열었다. 차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자전거를 사고팔면서 중고장터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일부 동호회의 중고장터는 상업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무료’ 장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사이트를 연 지 한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에 많게는 20건까지 중고 자전거가 올라온다. 운이 좋으면 공짜 자전거도 건질 수 있다. 그는 “가격 부담 때문에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자동차에 견줘 훨씬 평등한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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