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2800명에서 3800명에 이르는 이란의 지식인과 종교 지도자들이 반혁명 혐의로 처형되었다. 이들의 다수는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더불어 이슬람 혁명에 참여했던 일등 공신들이었다. 아야톨라 호세인 몬타제리(79)라는 재야인사가 최근 페르시아어판 홈페이지(www.montazeri.com)에 당시의 정황을 회고하며 호메이니를 비난하는 내용을 실어, 그 진위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아울러 한때 최고 지도자 후보로 일컬어지던 그의 가택연금 문제도 국회에서 거론되는 등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현 이란 지도층을 향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그의 존재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몬타제리가 이란 이슬람 혁명의 중심이었던 호메이니의 후계자로 지명되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1985년 후계자로 선출된 몬타제리는 현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호메이니 지지자들에게 사임 압력을 받아왔지만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1989년 반대파들에 의해 호메이니 서거 직전 밀려나 이제까지 테헤란 남부 125km 지역에서 외부와의 접촉이 봉쇄된 채 가택연금돼 있다.
그의 회고록에는 이란 이슬람 혁명에 얽힌 비화들, 이란과 이라크 전쟁의 극적인 순간들에 대한 증언들이 수록돼 있다. 1988년 이란과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무렵 수천명의 반호메이니 진영의 인사들이 곳곳에서 처형되는 사건에 대한 증언도 들어 있다. 당시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혁명을 반대하는 무리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반드시 즉각 처형될 것이다”라고 외치며 분노했다고 한다. 몬타젤리는 호메이니에게 처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이들의 처형을 막으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이 회고록에서 논쟁이 되는 대목은 주요 재야인사들의 처형에 현재의 이란 고위인사들이 개입했음이 암시된 것과, 직간접적으로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비난하는 귀절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 회고록은 이란 저항국민위원회(NCR) 등의 반체제, 재야진영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저항국민위원회는 1988년의 수천명의 반체제 지식인들에 대한 처형 행위는 “인도주의에 위배되는 범죄”라며 하타미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고위층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비판하는 내용 때문에 보수파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저항과 반발을 사고 있다. 아직 이란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지만 몬타제리의 외로운 ‘사이버 투쟁’이 이란의 역사 바로잡기 운동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암만=김동문 통신원yahiya@hanimail.com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난 글로벌 CEO”…쿠팡 김범석 청문회 출석 거부

유시민 “민주당 뭐 하는지 모르겠다…굉장히 위험”

“대통령 말대로 검색하면 공항 마비”…이학재, ‘이 대통령 해법’ 이틀 만에 반박
![[단독] 윤석열 부부 변호인 구실한 박성재…석달 동안 ‘명태균 보고서’ 10건 작성 [단독] 윤석열 부부 변호인 구실한 박성재…석달 동안 ‘명태균 보고서’ 10건 작성](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4/53_17656936569596_20251214501533.jpg)
[단독] 윤석열 부부 변호인 구실한 박성재…석달 동안 ‘명태균 보고서’ 10건 작성
![이재명 ‘감옥 문턱’까지 갔던 날의 비밀이 밝혀졌다 [논썰] 이재명 ‘감옥 문턱’까지 갔던 날의 비밀이 밝혀졌다 [논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3/53_17655824504471_20251212503120.jpg)
이재명 ‘감옥 문턱’까지 갔던 날의 비밀이 밝혀졌다 [논썰]

호주 시드니에서 유대인 겨냥한 총기 테러…11명 사망

대통령실 “이 대통령, 환단고기 동의하거나 연구 지시한 것 아냐”

내란재판부가 불러올 역풍…열정보다 지혜가 필요한 때

이 대통령 ‘환단고기’ 발언 논란…역사학계도 “부적절” 비판

이 대통령, 쿠팡 겨냥 “어쩔 건데? 태도…‘망한다’ 생각 들게 할 것”




![[단독] 전학, 침묵, 학폭…가해자로 지목된 고교 에이스 [단독] 전학, 침묵, 학폭…가해자로 지목된 고교 에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0815/53_17551955958001_2025081450407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