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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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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파장을 구별한다

등록 2000-12-20 00:00 수정 2020-05-02 04:21

시대에 따라 색을 다르게 이해… 구별할 수 있는 색은 얼마나 되나

색의 구분은 인간의 감수성과 함께 그 시대의 철학적 법칙에 따라 그때마다 변해왔다.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색에 대한 인식은 바로 오랜 역사를 거쳐 정립된 것들이다. 그래서 과거에도 지금처럼 많은 색깔이 나름의 이름을 갖고 사람들의 의식 속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깔이라고 여기는 무지개의 색깔도 예전에는 일곱 가지가 아니었다. 세상이 불·물·공기·흙 등 네 가지의 기본원소로 이뤄져 있다는 ‘4원소론’을 믿었던 그리스에서는 무지개가 4가지 색이라고 믿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3가지 색이라고 하기도 했다. 4원소 대신 5원소의 5행설을 믿었던 중국은 무지개색을 5가지로 봤다. 무지개를 7가지 색으로 본 물리학자 뉴턴이 무지개를 7가지로 본 것은 바로 7음으로 이뤄진 서양 음계와 빛깔의 배열이 유사하다고 본 까닭이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만큼 색은 주관적이며 가변적으로 시대의 경향에 따라 바뀌면서 이해돼왔고 과학보다는 종교적으로 해석돼오다가 뉴턴에 이르러서야 과학적 규명의 대상이 됐다. 뉴턴 이전의 데카르트만 해도 빛은 그저 무색의 한 가지 색으로만 이뤄져 있다고 보았지만, 뉴턴이 암실의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프리즘으로 투영시킨 결과 무지개와 같은 색띠로 비치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빛은 여러 가지 색들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음이 드러났다. 뉴턴이 이런 실험을 통해 색채에 대한 과학적, 물리적 연구를 정립시켰다면 괴테는 저서 등을 통해 색채와 인간 감성과의 관계를 주목했다.

1800년대 이후 색은 서양에서 더이상 추상적인 개념이나 상징적인 아이콘이 아니라 마치 미터법이나 국제표준처럼 하나의 정량화된 요소로 바뀌었다. 화학이 발달해 물감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부터 색을 기호로 표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시에 색은 마치 미터법처럼 명도와 채도에 따라 규격화된 체계로 분석되기 시작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채택하고 있는 ‘만셀 색상환’ 등의 색표준들이다.

그리고 날로 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에 들어서면서 색의 가짓수는 현재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색은 엄밀히 말하면 연속적인 빛의 파장이다. 그래서 스펙트럼이 만들어내는 파장을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색은 수백만 가지가 될 수도 있고 몇 가지에 그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색의 가짓수를 2천 가지에서 최대 3천 가지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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