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 험담했다가 남편으로부터 “오버 말라”는 핀잔만… 뒤늦은 단풍놀이라도 떠날까 궁리 중
▣ 김종옥/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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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아줌마들의 험담이란 다분히 감정적, 단편적이어서, 험담을 듣는 쪽으로서는 상당히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리한 방향으로만 억측하는 병통이 있던 나는 기대해 마지않던 케리가 무너진 날, 홧김에 동네 아줌마들을 만날 때마다 아줌마표 험담을 늘어놓았다.
레이건이나 클린턴을 보라
별로 섹시하지도 않은(!) 인간을 좋다고 두번씩이나 뽑아준 미국 사람들은 대체 뭐냐, 는 것이 험담의 골자요 전부였다. 기실 멀리는 레이건의 잘 포장된 신사의 풍모나, 가까이는 클린턴의 유들유들한 호남의 이미지를 보라. 얼마나 섹시하냐. 그에 비해 부시는 얼마나 골샌님이던가. 세련된 매너를 가진 것처럼 보이려는 과장된 제스처나, 퍽이나 재치 있는 달변가인 척하려는 조잡한 수사로 위장된 그의 언변 어디를 보아도 실수로라도 ‘부시 오빠’를 외치고 싶은 마음은 결코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뭐 케리가 섹시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영순이 엄마는 러닝메이트 에드워즈가 섹시한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책없게도 이 말을 그대로 남편에게 옮겼다가 나는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남편에게 핀잔과 야유만 잔뜩 들었다. 남편은 오버하지 말라고, 도대체 곰보든 째보든 생김새가 뭔 상관이냐면서 천박한 수다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고 나는 고스란히 혼이 났다.
미운 놈은 쌍꺼풀진 눈도 늙고 처진 달팽이처럼 보이고, 보조개도 곰보처럼 보이는 법이다. 부시가 교만하지 않았다면, 힘만 믿지 않았다면, 독선적이지 않았다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았다면, 교활하지 않았다면, 편견에 싸이지 않았다면, 내가 그런 황당한 잣대를 들이대며 험담을 늘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홀린 듯, 걸리는 상대마다 주먹질을 해대며 윽박지르고 눈을 부라리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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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동안을 나는 그가 또 무슨 독설을 퍼부을지, 또 누구의 멱살을 잡아챌지 궁금해하면서 보냈다. 이제 그 고역으로 또다시 4년을 보내게 되었으니 타당하지 않은, 유치한 욕이라도 좀 해야 속이 풀리는 것 아닌가. 이런 험담으로 맺힌 마음을 풀지 않으면 미국의 수많은 케리 지지자들처럼 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케리 지지자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은 운동을 권한다나! 이 처방을 듣는 순간 그 황당함에 되레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질 뻔했다.)
이 부시 같은 놈아!
미국 선거를 앞둔 몇달 동안은 불안하고 초조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일말의 기대라도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마음을 추슬러야 할지 걱정이다. 대통령 제일성(第一聲)이란 게 ‘미국 대통령이 하라면 하는 거다’라는 식이고 보면 앞으로 4년이 얼마나 까마득할 것이냐. 이 대목에서 나는 결코 끝까지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끈적끈적한 아줌마 근성으로, 반쿨족(反Cool族)으로서 어거지를 써본다. …막판 반전이 있을 수 있지. 혹시 알아? 부시가 확보한 선거인단 중에 누군가 천지개벽하는 심경 변화가 생겨서, 케리에게 몰표를 몰아줘서 결국 뒤집히게 될는지….
이런 멍청한 기적까지 상상해보는 걸 보면 내게도 부시 재선의 충격파가 어지간히 크긴 큰 모양이다. 아무튼 ‘이 부시 같은 놈아’라는 욕설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동일한 뜻으로 유효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 속에서, 부시가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던 발언을 한 기특한 샤론 스톤이 진짜로 여행 중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나 역시 늦은 단풍놀이나 훌쩍 떠나버릴 궁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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