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노출 꺼리는 이들에겐 손쉬운 사람찾기 달갑잖아… 비판의 자유와 익명의 즐거움도 없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동성애자인 박아무개(34)씨는 얼마 전 친구와 싸이월드 ‘일촌 관계’를 끊었다. 친구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박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퀴어영화제 사무국장을 지낸 박씨의 미니홈피에는 퀴어영화 목록 등 동성애 관련 자료들이 올라 있다. 친구는 박씨와 일촌 관계에 있을 경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을 우려했다. 싸이월드의 특성상 일촌의 일촌 홈페이지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박씨는 “친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길 때도 동성애 관련 내용은 올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다른 친구들이 커밍아웃당할 위험이 있어 자신의 미니홈피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것도 삼가고 있다.
동성애자들처럼 신분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에겐 싸이월드의 실명제가 달갑지 않다. 싸이월드의 손쉬운 사람찾기를 통해 원하지 않은 커밍아웃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동성애자인 소아무개(25)씨는 최근 홈페이지의 내용 일부를 비공개 또는 일촌 공개로 바꿨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소씨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찾아온 후임병에게 자신의 동성애자로서 삶을 노출당해야 했다. 소씨는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실명제가 불편한 점이 많다”며 “내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덧글 하나만 올라와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성애자 중에서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잊고 싶은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원 김아무개(38)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 방명록을 비공개로 바꾸었다. 옛 애인이 찾아와 방명록에 보고 싶지 않은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의 슬로건은 ‘사이 좋은 사람들’이다. 실명제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줄여 ‘사이 좋은 사람들’을 만들려다 보니 ‘사이 나쁜 사람들’의 ‘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부작용도 있다.
실명제에 반대하기 때문에 싸이월드에 글을 남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명준(33)씨는 싸이월드에 가끔 들르지만 글을 남기지는 않는다. 김씨는 “익명성이 주는 비판의 자유가 있다”며 “실명제를 강조하는 싸이월드에서는 비판의 자유도, 익명의 즐거움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싸이월드가 기반하고 있는 한국식 인맥 쌓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성주의자 조순옥(27)씨는 “예전의 커뮤니티에는 취향에 기반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며 “과거의 인맥을 통해 서로 얽히는 싸이월드의 관계맺기 방식은 전근대적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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