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스타일은 유효한가… 전통미와 성적매력의 조화 속에 ‘육영수’ 머리 모양 간직
김경/ 패션지 피처 디렉터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들 중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만큼 흠잡을 데 없이 옷을 잘 입어내는 사람도 드물다. 그냥 잘 입는 게 아니라 패션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는 사람이다. 그 어조는 결코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지만 아주 크게 들린다.
그의 옷차림은 몇대를 거쳐 오랫동안 풍요롭게 살았던 진정한 상류사회의 여성답다. 클래식한 우아함이 있지만 결코 유행에 뒤처지지도 않는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이나 색상은 지극히 점잖은 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허리띠나 지퍼, 주머니 모양 등 디테일에 유행감각이 살아 있다. 여성 정치인들 중에서 오랫동안 베스트 드레서 자리를 지켜온 이 여성이 도대체 어디서 옷을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완벽하다. 어쩌면 유명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맞춤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입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독재자의 딸’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동시에 박근혜 스타일은 남성의 그 어떤 과오라도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물론 단순히 전통적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육영수 여사가 그랬듯이 여전히 예뻐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박근혜에게는 여전히 성적 매력이 남아 있다. 그리하여 난폭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타협하며 흥정하며, 어쩔 수 없이 더럽게 산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은 그 여자의 치마폭을 끌어안고 울고 싶어진다. 그 울음에 답가라도 하듯 박근혜 대표가 텔레비전 연설을 하며 시종일관 울 때, 나는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려고 이다지도 신파일까 싶어서 눈물이 나왔다. 신파인지 빤히 알면서도 나조차 속을까봐 덜컥 겁이 났다.
‘천막 사건’ 이후 박근혜 각본의 ‘코미디’를 풍자하기 위해 그렇게 서민 편인 척하고 싶으면 차라리 ‘몸빼’를 입으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 옷차림은 천막 당사에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천막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천막의 주된 용도는 잽싸게 펼쳤다가 잽싸게 접는 데 있다. 어디까지나 잠시 머무르기 위한 임시 가옥일 뿐이다. 하지만 옷은 자신의 근본이다. 멋을 아는 상류사회의 여성에게는 더욱 그렇다. 제 아무리 박근혜라 해도 ‘몸빼’를 입고 말아올린 머리를 과격하게 풀어헤치면 아무도 그 가슴에 안겨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듣자 하니 박근혜 대표는 미용실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몇십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고수해온 그 특유의 헤어스타일은 집에서 본인이 직접 손질한 것이라고 한다. 역사의식이 없고 정치적으로 무지한 젊은이들의 눈먼 투표권을 의식했는지 느닷없이 청바지에 청재킷을 입기도 했지만 그 머리 모양만큼은 한결같다. 틀어올렸든 틀어내렸든 그건 매한가지다. ‘육영수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 안에서 박근혜 스타일은 아주 유효하다.
그런데 시장바닥 아주머니들도 ‘파마’하러 다니는 미용실에 그녀는 왜 가지 않을까? 미용실에 가지 않는 사람이 왜 시장바닥에는 가서 상인들에게 손을 내밀까? 어느 방송에서 박근혜 대표가 지나간 다음 야채를 파는 한 아주머니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그 아주머니는 말했다. “그들이 아름다운 손을 내밀 때마다 나는 아주 불쾌해요.” 그 아주머니의 어디에서 그런 놀라운 비평이 나왔을까? 아마도 거친 손 마디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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