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박 대표를 업고 다녀야 할 판”

등록 2004-04-16 00:00 수정 2020-05-03 04:23

[인터뷰/ 윤여준 한나라당 선대위 부본부장]

지역주의 조장 비판은 억울… 이슈 파이팅 가능했더라면 더욱 탄력 받았을 것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4월9일 한나라당 천막당사에서 만난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은 “영남권에서 시작된 박근혜 바람은 이슈가 아닌 박 대표 개인의 이미지나 호감에 기반한 것이어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며 “그 바람을 뒷받침할 이슈 파이팅이 가능했더라면 박근혜 효과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른바 ‘박근혜 효과’로 한나라당의 세 회복 속도가 예상을 웃돌고 있다.

=80~90석을 얻더라도 총선이 끝나면 박 대표를 업고 다녀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정당이 가냘픈 여인의 어깨에 기대 연명하고 있다. 선거운동에 들어간 4월2일만 해도 탄핵 바람 때문에 40석을 자신하기 힘들었다. 이 정도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박근혜 대표 덕분이다.

-수도권에서도 열린우리당과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영남권 바람이 아직 수도권으로 치고 올라오지는 않았다. 대형 이슈로 부는 바람이 아니어서 그렇다. 박근혜 바람은, 얼었던 가슴을 녹이는 바람이고 ‘무슨 얘기하나’ 하고 얼굴을 돌려보게 만드는 바람이다. 박 대표 개인의 이미지와 호감을 가지고 정당과 후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이슈다. 큰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이슈를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이슈는 급조가 안 된다. 급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영남에서 절대적인 우세가 점쳐지면서 지역주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누가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다니나. 억울하다. 박 대표의 지원유세 내용은 영남권과 다른 지역에 차이가 없다. 거대여당 견제론이 핵심이다.

-총선 이후 전망은.

=정치 결사체인 만큼 헤게모니 경쟁은 벌어지겠지만 당분간은 박 대표가 큰 도전에 직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박 대표의 당내 기반이 공고해질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수도권이다.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최소 30석 이상 확보해 영남당이 돼서는 안 된다. 또 영남도 신인들이 많아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의 주도 세력이 교체되는 것이다.

-정부·여당과의 관계 전망은.

=박 대표의 무기는 어떤 정치인보다도 국민적 지지가 높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외부 지지를 바탕으로 내부를 통제하는 구조다. 그러려면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 방향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본다.

-옆에서 지켜본 박 대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진솔함이다. 선대위 차원에서 ‘이런 정도는 네거티브도 아니니까 하자’고 제안했더니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 새로 태어나겠다,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급하다고 깨면 다 거짓말이 되고 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러분을 모셔봤지만 사정이 급해지면 우선 이기는 쪽으로 가게 되는데 박 대표는 다른 것 같다. 존경할 만한 정신이지만 고지식한 면이기도 해 실무자들은 괴롭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