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우석균(42·성수의원 가정의학과)씨는 며칠 전 베트남행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나 지난 5~7월 ‘이라크 어린이에게 의약품을’ 캠페인 때 함께 이라크에서 활동했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연합) 소속 동료 의료진 6명은 9월21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이 있었던 베트남 빈딘성 의료봉사를 위해 사전조사를 떠났다. 30년 전 남긴 전쟁의 비극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당국의 방문 허가 기한 마지막 날, 보건연합 정책국장 우석균씨는 혼자 한국에 남기로 했다. 추석 전부터 불거진 이라크 파병 논의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그는 ‘의무감’을 느꼈다. “파병 요청 소식을 듣자마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파병론자들은 지난 1차 파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익’을 명분으로 내걸지만 이라크 사람들의 고통을 안다면 그들을 우리의 이해관계 대상으로 볼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함께 이라크 현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점을 지적했다. “제가 5월에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는 전후 재건을 앞두고 이라크 사람들이 미국 정부에 대한 기대가 그나마 남아있었지요. 하지만 7월에 다녀온 의사들은 미군을 포함한 침략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많이 높아졌다고 전합니다.” 사담 후세인에게 탄압받은 시아파 사람들조차 미국에 대한 증오를 공공연히 표출하는 상황에서, 파병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보건연합의 베트남 의료지원 활동도 결국은 침략군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우리의 과거를 뉘우친다는 뜻인데 또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씨는 파병 반대 집회·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라크의 상황을 알리고 참전 반대 여론을 이끄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보건연합은 앞으로 기회를 보아 또다시 이라크로 갈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현지 분위기가 급박해 한국의 의사들은 ‘침략의 협조자’로 테러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우리도 ‘결단’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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