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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스타트업일 겁니다”

짜증나는 기상 시간을 재미있는 게임 시간으로 바꾸는 애플리케이션 ‘알람몬’ 개발한 말랑스튜디오 김영호 대표
등록 2015-06-26 16:56 수정 2020-05-03 04:28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시대, 정부는 청년 세대가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를 고대한다. 디지털 모바일 문화의 확산도 한몫한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카페에서도 창업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시대다. 대학생 창업 동아리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1222개에서 2013년 1833개로 늘어난 데 이어, 2014년에는 전년보다 60% 이상 증가한 2949개를 기록했다(기획재정부 자료).
스마트폰 알람 애플리케이션(앱) ‘알람몬’으로 유명한 ‘말랑스튜디오’도 2011년 처음 만들어질 땐 대학 동아리 형태였다. 김영호 대표를 포함한 대학생 5명이 뭉쳤다. 각종 창업 관련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들을 더 특별하게 만든 건, 모두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 상태라는 점이었다.

“사업놀이 하는 줄 알았다”는 편견

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2011~2012년 언론에 대학생 창업 성공 사례로 기사가 많이 나갔어요. 하지만 진지하게 봐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한 경제매체 기자는 나중에야 ‘심심풀이로 사업놀이 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더라고요.”

기성세대는 청년의 도전을 부추기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창업보다 대기업이 우위에 놓인 사회적 평가의 위계를 인식시켜줬다. 청년들도 불안했다. 김 대표를 뺀 4명은 모두 삼성전자를 택했다. 김 대표는 다른 멤버를 모아 2012년 공동창업자 3명과 함께 법인을 설립한다. ‘꿈을 반죽하는 사람’이라는 말랑스튜디오의 슬로건은 이때 확정됐다.

“취업이나 창업 자체가 인생의 꿈이 될 순 없잖아요. 그리고 병역특례로 여러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을 쓸 사용자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사장님 눈치만 보더라고요. 진짜 사용자를 고민하면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고민을 그때부터 했어요. 저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드는 일을 좋아해요. 물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꿈은 다르죠. 서로의 꿈을 빵 만들 때처럼 잘 반죽해서 특별한 걸 내놓는다는 의미로 지었죠.”

6월10일 오후 김 대표를 만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말랑스튜디오 사무실은 3층짜리 일반 주택을 개조한 곳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갈 땐 신발을 벗고 파스텔톤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독서실 같은 사무 공간에서는 창의적인 일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말랑스튜디오의 대표 앱 ‘알람몬’의 캐릭터 피코(닭), 딘(고양이), 빵야(식빵) 인형들이 사무 공간과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다.

알람몬은 이런 캐릭터와 함께 ‘꼬끼오~’ 닭 울음소리 같은 생생하고 쨍쨍한 사운드와 간단한 게임을 해야 알람이 꺼지는 방식을 도입해 큰 인기를 얻었다. 2012년 1월 처음 선보인 뒤 6개월 만에 알람 부문 1위를 차지했고 누적 다운로드 2200만 회, 월 순이용자 2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진출로 중국·대만·타이·홍콩·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도 알람 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초등학생 시절, 컴퓨터 도스용 게임 열풍이 불었고 게임에 빠져들었다. 게임을 잘할 방법을 찾다보니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게임을 직접 조작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웃음) 그러다가 다른 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대학은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고 상 받았던 기록으로 컴퓨터공학과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월메이드’보다 ‘필요’가 중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판단한 일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은 것 같다.

"말랑스튜디오의 다른 공동창업자도 나와 비슷하다. 디자이너인 한 친구는 어릴 때 일본 소닉 게임 캐릭터에 빠져서 한국 팬클럽 회장까지 했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정이 뚜렷한 친구들이다."

-얘기를 듣다보면 대기업에 취업하려 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용자만 생각하며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뒤에는 같이 할 사람을 찾아야 했다. 인재가 어디에 많을까 생각하니 정부의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 등이 눈에 띄었다. 나는 좋은 친구들을 찾으려 참여했는데 취업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실 법인 설립 전엔 한 손에 대기업 입사라는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에 간사해지더라. 저울질하는 거다. 한번은 말랑스튜디오를 정리할 상황을 가정하고 사업을 하는 어머니에게 세금 문제를 상의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화를 냈다. “너는 네가 하고 싶다고 친구들을 모아놓고서 발 뺄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바로 입사 포기를 통보했다. 그랬더니 엄청 편했다.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른 인터뷰를 보니 실패 경험을 귀중하게 여긴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만든 ‘당뇨앤영양’ 앱 실패나 미국 진출 실패는 자주 등장하더라.

"둘 다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건강 앱은 자신 있는 분야인데다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투입했는데 잘 안 됐다. ‘우리가 3개월 동안 밤새워서 만들었는데 왜 유저들이 다운로드를 안 하지?’ 중요한 건 ‘웰메이드’보다 이용자란 걸 알게 됐다. 미국 진출도 실리콘밸리를 성지처럼 여기고 당연히 거기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사용자는 거기에 없었다. 우리가 좀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다보니 중국·동남아·브라질 같은 나라들에 눈을 돌리게 됐다."

-알람몬은 타깃층이 확실하다. 현지화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더라.

"알람은 휴대전화에 내장된 기능이다. 그런데도 알람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압박이 있는 친구들, 그래도 좀더 재미있게 일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고민했더니,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학생, 사회 초년생이었다. 사용자의 90%가 10~20대다. 또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행동이 나라별로 다른 점이 있다. 예컨대 날씨 서비스를 제공해보니까 한국은 우산을 들고 갈지 말지가 중요하지만 중국은 마스크가 더 중요하다."

‘옐로모바일’에 인수됐지만

말랑스튜디오는 지난해 다른 모바일 기업 ‘옐로모바일’로 인수·합병돼 자회사가 됐다. 말랑스튜디오 같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수십 개 인수한 옐로모바일은 글로벌 벤처투자회사로부터 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말랑스튜디오는 이제 스타트업 단계를 벗어난 게 아닐까. 김 대표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랑스튜디오는) 지금도 스타트업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스타트업일 것 같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의 정의가 애매하지만, 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말랑스튜디오는 계속해서 스타트업일 겁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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