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목록
한가위, 함께 읽는 페미니즘▶바로가기
책 읽는 우리는 연결된다▶바로가기
이토록 재미있는 페미니즘▶바로가기
여성들만의 이념이 아니다▶바로가기
아들과 ‘성적 대화’ 하나요?▶바로가기
여자는 분홍 공책, 남자는 파랑 공책?▶바로가기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바로가기
‘김지영들’의 목소리▶바로가기
성(姓)이 똑같은 ‘강’씨임에도 남학생은 1번, 여학생은 31번이 되는 이상한 출석번호. 늘 아버지는 넥타이를 매고,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른 그림이 실린 뻔한 교과서, 여자아이에겐 분홍 공책, 남자 아이에겐 파랑 공책으로 구분된 운동회 선물, ‘맘충’ ‘김치녀’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아이들. 이거 괜찮은 걸까?
‘괜찮지 않다’고 단언하며 변화를 꾀하는 교실의 어른들이 모였다. 2016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초등학교 교사 22명이 결성한 초등성평등연구회다.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정기모임을 하며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는 문제를 논의해왔다. 은 초등성평등연구회의 2년간 성과와 고민을 모은 책이다.
성차별로 얼룩진 배움터교사들이 페미니즘에 눈뜨고 보니 어린이들의 배움터는 성차별로 얼룩진 세상이었고, 아이들 또한 그에 물들어 있었다. 동료 교사들은 “요즘 여자애들이 너무 드세서 남자애들이 걱정스럽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냈고, 아이들은 “우리는 급식충이야” “쟤는 게이 같다”라는 혐오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녀 대항 팔씨름 대회가 열렸을 때, 여자아이들은 져도 군말이 없었지만, 남자아이들은 ‘자존심이 상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여자애의 팔을 보면서 “너는 여자애가 왜 이렇게 털이 많아”라며 타박하는 남자아이도 있었다. 교사들은 ‘남녀는 모두 평등하다’ ‘차별은 나쁘다’ 같은 하나 마나 한 교육 말고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선생님이 어제 몇 달 만에 요가 학원을 갔더니 강사가 ‘살이 너무 많이 쪘다며 못 알아볼 지경’이라고 하더라” 같은 말을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평가가 상처를 주는 일임을 깨닫게 하는 식이다.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한 교사는 화장하는 여자아이들에게 “여러분은 아직 피부도 예쁜데 왜 화장을 하나요”라고 말했다가 고민스러워진다. 아이들도 피부 상태가 다 다른데 ‘너희는 아이라서 모두 피부가 좋아’라고 하는 전제는 옳은 걸까? 내가 어른이라고 해서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잣대를 독점하는 게 옳을까? 세상은 왜 고등학생 때까지는 화장하면 안 된다고 하다가 대학에 가면 ‘왜 여자애가 화장도 안 하냐’고 비난하는 걸까? 그는 고심 끝에 ‘화장하지 말라’는 말 대신, ‘남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기로 결론 내린다.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첫걸음교사들은 ‘페미니즘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배한다’는 주장에 단호하게 맞선다. ‘정치’라는 것은 여러 명이 모인 집단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므로, 많은 학생과 교사가 생활하는 학교야말로 매우 정치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가 차별과 편견으로 아이들에게 역할을 배분한다면, 이는 분명 ‘나쁜 정치’다. 교실에서 페미니즘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중립적이라고 믿는 모든 규범과 행위 속의 정치적 의미를 더욱 면밀히 탐구하고 밝히며 무엇이 더 정의로운 것인지를 부단히 고민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주현 문화부 기자 edigna@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적반하장’ 권성동 “한남동서 유혈 충돌하면 민주당 책임”
‘엄마가 무서웠던 엄마’의 육아 좌절…문제는 너무 높은 자기이상 [.txt]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김민전에 “잠자는 백골공주” 비판 확산…본회의장서 또 쿨쿨
윤석열 지지자들 “좌파에 다 넘어가” “반국가세력 역내란”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저장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