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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페미니즘

미국 ‘영 페미니스트’가 쓴 페미니즘 입문서 <처음 만나는 페미니즘>
등록 2018-09-16 21:40 수정 2020-05-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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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페미니즘: 내 일상을 바꾸는 페미니스트 행동 전략> 제시카 발렌티 지음/노지양 옮김/교양인 펴냄/1만5천원

<처음 만나는 페미니즘: 내 일상을 바꾸는 페미니스트 행동 전략> 제시카 발렌티 지음/노지양 옮김/교양인 펴냄/1만5천원

이렇게 재미있는 페미니즘 책이라니! 아니, 페미니즘이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한 것이었다니!

미국의 영 페미니스트 제시카 발렌티의 을 읽고 나면(아니,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부터)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지은이가 20대 후반이던 2007년에 초판을 쓴 (국내에는 올해 5월 번역 출간)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온갖 성차별·성폭력의 유형과 실태, 그것을 유지하려는 남성권력과 자본의 술책 등을 풍부한 사례와 데이터로 보여주고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지침도 알려준다. 페미니스트가 ‘여성적’이지 않고 드세며 남성혐오로 꽁꽁 무장하고 있다는 편견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책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입문서로 딱이다.

재치 넘치는 강사의 생생토크쇼처럼

책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부터, 성교육과 처녀성 신화, 대중문화의 여성 상품화, 성피해자 비난 게임, 임신·피임·낙태권과 여성의 몸, 일과 여성, 사랑과 연애의 환상, 출산과 육아, 남성다움 신화, 여성의 정치 참여, 세상을 바꾸는 작은 행동까지 아우른다. 지은이 자신이 여성학·젠더 분야의 석사 학위가 있지만 난해한 이론이 아니라 재치 넘치는 강사의 생생토크쇼처럼 날선 유머와 생생함이 넘친다.

지은이는 “페미니즘은 반대와 혐오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발전과 진보에 관한 것, (…) 우리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라도 페미니스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지은이 본인이 자신감이 넘친다는 이유로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을 무척 좋아하”며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내가 딱히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말이죠….” 많은 사람이 부당한 성차별을 알아차렸을 때조차 말을 꺼낼 땐 쭈뼛거리기 일쑤다. 지은이는 “항상 이런 식”이라고 한탄하며, 화끈하게 정리해준다. “당신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남자라고 더 많은 돈을 받는 게 정당해 보이나? 친구들이 강간을 당한 사실을 알았을 때 속상해 미치겠고 두렵지 않았나? 몸매 품평을 당할 때마다 기분이 더러워진 적 있었나? ‘여성스럽다’는 망측하고 고리타분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어딘가 잘못됐다고 느낀 적 있었나? 그렇다면, 여러분은 뼛속 깊이 페미니스트가 맞다. 제 말을 믿어주시길, 확실하니까.”

“바로 여러분이 숨어 있는 페미니스트”

지은이는 “가장 똑똑하고 매력적인 여자들은 페미니스트”들이라며, “바로 여러분이 숨어 있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예컨대, 어느 고등학교 여학생들은 가슴 부분에 ‘이게 있는데 왜 두뇌가 필요해?’라는 문구가 박힌 셔츠를 만든 의류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 판매를 중단시켰다. 어느 마을에선 주민들이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들에게 무료 차량을 제공하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만들었다. 전문번역가 노지양의 맛깔스러운 우리말 번역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자 매력이다.

조일준 책지성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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