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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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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만의 이념이 아니다

젠더뿐 아니라 인종·계급 문제 아우르는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등록 2018-09-16 21:43 수정 2020-05-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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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문학동네 펴냄 /1만3천원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문학동네 펴냄 /1만3천원

한때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외치는 여성들을 두고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지금은 “남성을 혐오하는 여자들”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비난에는, 페미니즘이란 일부 여성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부르짖는 ‘그들만의 전유물’ ‘자기들끼리의 작당’이란 편견이 반영돼 있다. 페미니즘이란 말 앞에 ‘혁명적’이란 수식어까지 붙으면, 이런 편견은 더욱 강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혁명적’ 페미니스트로 손꼽히는 벨 훅스(66)는 “단 한 번도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들만의 것이라고도,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해본 적 없다.” 그가 2015년 펴낸 책의 제목은, 마치 하나의 선명한 화살표처럼 페미니즘의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낸다. 그것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다. 책은 백인 중산층에만 초점을 맞췄던 과거 ‘개혁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비판하고, ‘혁명적’ 페미니즘은 젠더뿐 아니라 인종과 계급 문제까지 아우르는 등 “모두를 위한” 담론이라고 강조한다.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 끝내기

벨 훅스는 1980년대에 펴낸 에서 페미니즘을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페미니즘 운동을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대립 구도로 인식하는 것은 순진하고 착오적인 발상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그 누구라도 성차별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을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인·고학력·중산층 중심의 초창기 페미니즘 활동가들 사이에서 ‘반남성’ 정서가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여성은 어떤 식으로든 남성중심주의의 피해자”라는 현실 인식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내면화된 성차별주의를 극복하기보다는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과 평등해지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삼도록 만든 것이다.

모두의 삶을 지배하는 ‘기본 구조’를 그냥 놔둔 채 ‘여성해방’만을 추구했던 ‘개혁주의’ 페미니즘은 인종과 계급 문제 앞에서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백인 여성들은 유색인종 여성들의 인종주의 비판에 공감하지 못했고, 고학력 여성들이 계급 상승을 쟁취해내는 동안 하층 여성들이 더욱 가난해지는 ‘가난의 여성화’ 현상이 나타났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게끔 우리를 해방하는 것”

이처럼 혹독한 내부 비판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내세웠기에 가능한 것이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를 생산하는 구조인 가부장제에만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백인우월주의(제국주의)-자본주의-가부장제가 서로 끈끈하게 접착된 전체 구조와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게 해준다. 그것이 추구하는 커다란 목표는 “지배를 종식하여 우리가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게끔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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