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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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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지구촌, 북극권도 30도 넘겼다

북반구 남반구 곳곳에서 최고기온 경신 릴레이…

광범위한 고온 현상이 보내는 경고 주목해야
등록 2018-08-07 16:10 수정 2020-05-03 04:29

“북극권 제트기류(대기 상층부에서 띠 형태로 빠르게 이동하는 바람)가 약해진 가운데 북반구 일대에 걸쳐 강력하게 형성된 고기압이 장기간 세력을 유지하면서 겹쳐져,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열돔 현상’이 발생했다. 북반구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영국 일간지 7월13일치)

덥다. 왜 더운 건지 설명을 듣는 것도 숨이 찬다. 우리만 더운 게 아니라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까? 북극권의 최고기온도 30도대에 들어선 터다.

밤 최저기온이 42.6도

올해 6월 시작된 불볕더위가 두 달여 세계를 휘감고 있다. 지구촌 북쪽 반구가 아주 뜨겁다. 폭염과 관련한 기존 기록이 속수무책으로 깨지고 있다. 6월28일 아라비아반도 남동부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남쪽 바닷가 어촌 마을 쿠리야트에선 기이한 신기록이 세워졌다. 낮 최고기온이 높았던 게 아니라, 밤 최저기온이 42.6도를 기록한 게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공인을 받진 않았지만,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다.

7월5일엔 알제리의 사하라사막 인근에 인구 19만 명이 사는 도시 우아르글라에서 낮 최고기온이 51.3도까지 치솟았다. 알제리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에서 관측 이래 최고치다. 현재까지 지구에서 기록된 낮 최고기온은 19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서 측정된 56.7도다.

위도를 조금 높여보자.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남부 코카서스 지방의 내륙국가인 아르메니아는 평균 고도가 해발 990m에 이르는 산악 지대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7월 들어 수은주가 42도까지 치솟는 등 일주일 동안 40도가 넘는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했다. 예레반의 예년 7월 평균기온은 26.4도에 그친다. 아르메니아에선 올해 2월(19.6도)과 3월(28도)에도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유럽은 5월 이후 최악의 가뭄과 폭염을 동시에 겪고 있다. 예년 6월 평균기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선 6월28일 31.9도를 찍었다.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영국 정부는 북서부 지방 일대에 이른바 ‘호스 파이프 밴’(수도꼭지에 호스를 꽂아 세차하거나 식물에 물을 주는 등의 행위 금지) 조처를 내렸다.

가뭄으로 메마른 산과 들판은 ‘성냥갑’으로 변해간다. 스웨덴에선 7월 한 달 동안에만 산불이 60건 이상 났다. 이 가운데 10여 건이 북극권에서 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시베리아 북부지역과 북극해 지역에서도 평년 기온을 4~5도 웃도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7월엔 한때 최고기온이 32도를 넘기도 했다.

북아메리카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미국 서부 일대에서도 7월 한 달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운 콜로라도주와 캘리포니아주에 피해가 집중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최고 48도에 이르는 폭염이 주 전역을 강타했다. 역시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고 기록이다.

밀 가격에 원전 가동까지 폭염의 공습

두 달 넘게 이어진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사회·경제적 파장은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뉴스 매체 통신은 7월25일 “폭염과 가뭄으로 유럽 전역에서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밀 선물 가격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실제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에선 6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올해 1월16일 1t에 166.3유로였던 파리상품거래소 밀 선물값은 7월25일 198.8유로까지 올랐다. 밀값 폭등은 또 다른 파장을 부른다. 1억 명에 가까운 인구에게 정부가 빵값을 보조하는 이집트에선 식량값 폭등을 염려하고 있다.

전력 부문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 파리의 7월 평균기온은 지난 30년 평균치인 20도 안팎보다 5~10도나 높았다.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원자력발전소 58기에 의존하는 전력 수출국이다. 이상 고온에 따라 강물의 수온도 높아지면서, 이를 냉각수로 쓰는 원전 가동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프랑스의 전력 생산량이 줄어들면 주변 전력 수입국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장기적인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 가격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 폭염의 연쇄반응이다.

북반구뿐이 아니다. 현재 겨울철인 남반구에서도 이상고온현상이 목격된다. 7월5일과 6일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기온이 25도까지 치솟았다. 기상관측을 시작하고 159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 이틀 연속 기록됐다. 사실 이상고온현상은 지난해부터 지구촌 차원에서 꾸준히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최고기온이 50.2도를 기록한 파키스탄은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4월’을 보냈다. 5월엔 파키스탄 투르바트의 기온이 53.5도를 기록하며, ‘5월 지구촌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엔 이란 아흐바즈의 기온이 역시 역대 최고치인 53.7도를 찍었고, 7월엔 에스파냐 남부 코르도바에서 수은주가 46.9도까지 치솟았다. 또 10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일대에서 기온이 42도까지 오르는 등 미국 전역에서 10월 최고기온 기록이 잇따라 바뀌었다. 또 지난해 11월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사흘이나 최고기온이 42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장 기온이 높았던 2016년의 폭염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강력한 엘니뇨(지구에서 태양에너지 유입이 가장 많은 적도 부근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몇 달씩 유지되는 현상)가 결합돼 생긴 현상이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기온을 낮추는 라니냐(엘니뇨의 반대 현상)의 영향 아래 있음에도 예년 평균기온을 5도 이상 넘기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7월18일 이렇게 전했다. 실제 세계기상기구 자료를 보면, 올해 전반기 6개월은 라니냐 현상이 발생한 해 가운데 역대 가장 기온이 높았다. 올해 말 라니냐가 물러가고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면, 내년엔 기온이 더욱 올라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서 영국 일간지 도 7월13일치에서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지구과학센터 소장의 말을 따 이렇게 경고했다.

엘니뇨 오면 내년 기온 더 오를 수도

“북반구 전역에 걸쳐 폭염이 발생한 것은 규모 면에서 분명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일이다. 특정 지역의 최고기온이 높게 나온 게 문제가 아니라, 고온 현상이 이처럼 광활한 지역에서 관측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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